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재계 "불구속 수사 희망"

삼성 "특검 결정 이해하기 어려워…대가성 없어"

디지털경제입력 :2017/01/16 15:08    수정: 2017/01/17 15:31

연 매출 270조원(2015년 기준)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뜻밖의 정치적 풍파에 휩쓸려 장기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특검은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향후 재계 서열 1위 '뉴 삼성'을 이끌어야 할 리더십에 큰 상처를 안게 됐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게 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로서는 구속 기소되는 첫 사례를 낳게 된다. 과거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불구속 기소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삼성 서초 사옥 전경(사진=지디넷코리아)

이 부회장은 지난 3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실질적인 그룹 총수 역할을 해 왔다. 시진 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그룹의 사업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구글-애플 CEO를 접견하는 등 그룹의 굵직한 주요 비즈니스를 챙겨온 이가 바로 이 부회장이다.

또한 경직된 삼성 조직에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기 넣기 위해 스타트업 문화를 확산시키고 삼성의 각종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등 그룹의 대소사를 챙겨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7일 등기이사(사내이사) 등재 이후 책임 경영에 나선지 석 달도 채 되지 못해 영어의 몸이 될 위기에 처했다.

만약 이 부회장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까지 된다면 삼성의 대내외적인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범죄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 자체를 꺼리고 비즈니스 규제도 까다로운데, 누가 만나 주거나 관계를 맺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성명를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CEO를 구속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사법부가 사실과 법리 등을 잘 살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일이지만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엄정한 수사를 하되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본연의 역할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며 "더욱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구속수사로 이어진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걱정했다.

재계 관계자도 "특검 출범 20여일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수사가 대통령이나 최순실의 국정농단 보다 재계에 편중된 감이 없지 않다"며 "수사의 핵심인 청와대 핵심 인사들보다 마치 기업인 수사에 더 열을 내고 있어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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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예상한 듯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현실로 이어지자 매우 실망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은 이날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