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기반 협업 툴인 슬랙이 크게 성공하면서, 글로벌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은 각각 팀스, 워크플레이스를 내놓고 슬랙을 따라 잡겠다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물론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SW)업체들도 시장 잠재력을 보고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들은 국내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메일을 대체할 새로운 업무 커뮤니케이션 툴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아직 독보적인 강자가 없는 국내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시장을 누가 차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각양각색 국내 업무용 커뮤서비스 출격…”아직 대세는 없다”
한국의 슬랙이 되겠다고 나선 서비스가 많다. 이들은 모두 기존 그룹웨어와 이메일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목표는 같지만 서비스의 핵심 콘셉트와 기능은 제각기 다르다.
스타트업 토스랩의 잔디는 채팅 기반 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주제별로 토픽이라 부르는 단체 채팅 방을 만들면 그 안에서 대화와 파일 공유가 가능하다. 잔디는 글로벌 성공을 거둔 슬랙과 서비스 콘셉트나 사용자인터페이스(UI)구조가 유사하다.
종합SW기업 이스트소프트의 팀업은 그룹 게시판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일반 SNS로 보면 밴드와 유사하다. 목적에 따라 게시판인 ‘그룹피드’를 자유롭게 만들고 글, 이미지, 동영상, 링크 등을 공유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을 업무용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서비스도 있다.커뮤니케이션 솔루션 업체 크리니티의 ‘큐브’는 페이스북 같은 타임라인 기반 기업용 SNS 서비스다. 공유할 콘텐츠에 주제별로 태그를 달아 멤버들이 타임라인에서 쉽게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했다. 또, 공유 대상도 나만 보기, 팀 공유, 전사 공유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
금융SW전문기업 웹케시 사내벤처로 시작한 마드라스체크는 업무 프로젝트 관리에 초점을 맞춘 플로우를 서비스하고 있다. 프로젝트 별로 방을 만들어 그 안에서 오고간 글, 일정, 파일 등 콘텐츠를 히스토리별로 정돈해 볼 수있다.
이밖에도 콜라비팀의 콜라비, 파트너의 그랩 등도 있다. 모두 최근 3년 내 등장한 서비스다.
각 회사에 따르면, 잔디에는 8만개 팀, 팀업은 1만3000개 팀, 플로우는 10만개 팀이 등록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 등록된 팀의 숫자로, ‘허수’가 상당하다는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솔직한 얘기다. 실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액티브유저 숫자를 발표한 곳은 없다. 아직까지 시장 초기인 만큼, 주도권을 잡은 서비스도 없는 상태다.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시장 뜰까?
이들 업체들은 올해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본격 확산될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그룹웨어나 이메일을 대체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매우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 라인, 밴드, 페이스북 그룹 등을 이용해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한다.
마드라스체크 이학준 대표는 “그룹웨어라는 기업 협업 툴이 있지만 모바일 시대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는 카테고리가 되어 버리고 직원들이 카톡을 쓰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며 “(분명한 시장이 있는 만큼) 이제 기업용협업 툴을 모바일 시대에 맞게 잘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니티 김성수 실장은 “최근 페이스북도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워크플레이스를 내놓는 등 기업용SNS의 필요성에 대한 전세계적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실제 큐브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11년이지만, 이때만 해도 기업들이 이런 서비스를 활용할지 의문이라 출시하지 않고 기다려 왔다고 한다.
슬랙의 성과를 보면, 시장의 요구가 좀 더 확실히 드러난다. 슬랙은 2013년 출시된 이후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5월 밝힌 바에 따르면, 매일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 수(DAU)는 300만 명, 유료 사용자는 93만 명이다.
전체 사용자 중 유료사용자 비중이 3분의1이긴 하지만, 성장세가 무섭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한다. 액티브유저, 유료 사용자 수 모두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3배 증가했다. 이런 점 때문에 투자자들은 슬랙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슬랙은 지난해 4월 2억 달러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며, 38억 달러의 기업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한국의 슬랙 나오려면…”유료 가입자 확보와 클라우드 인식 개선이 관건”
한국에도 슬랙같은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툴이 나오려면, 풀어야할 숙제도 적지않다. 특히 유료 사용자를 확보하는 일이 올해 이들 업계의 중요한 화두다. 특히 사업 2~3년 째를 맞는 업체들은 이제 사용자 수 확보를 넘어 수익을 내야 하는 단계에 왔다. 서비스 지속을 위해 필수적인 관문에 온 것이다.
이에따라 서비스 업데이트도 팀단위 보다, 전사적으로 도입할 경우 필요한 ‘관리자 기능’에 초점이 맞춰 이뤄지는 추세다. 전사적으로 도입할 경우 유료 사용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스트소프트 팀업은 출시부터 조직도 입력, 멤버 관리 등의 기능을 특장점으로 강조했고, 최근 잔디도 멤버별 콘텐츠 접근 권한 설정, 외부 파트너사 초대 기능 등 관리자 기능을 도입했다.
유료 가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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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준 대표도 “설치형에 대한 요구가 들어오면 클라우드로 사용하는 쪽으로 설득하는데, 담당자가 납득을 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자체 구축을 해야만 보안상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토스랩 관계자는 “중견기업, 대기업에서도 사용 문의가 들어오는데 사내 서버에 설치형으로 도입하길 원하는 곳이 많다”며 “현재는 이런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