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IT 기업 데이터센터의 친환경 점수를 매긴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은 A등급을 받은 반면, 국내 IT 기업들은 모두 C등급 이하로 평가됐다. 지난 2015년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면서 A등급을 받았던 네이버가 그나마 이번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체면을 살렸다.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 투자와 사용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왜 이 같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을까.
그린피스는 국내 IT기업들의 의지부족을 지적했다. 반면 국내 IT기업들은 현실적인 한계의 이유를 들었다.
■그린피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의지 부족이 문제“
지난 10일 그린피스는 국내외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친환경 점수를 담은 ‘2017 깨끗하게 클릭하세요’ 글로벌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A’인 반면 네이버는 ‘C’, 삼성 SDS는 ‘D’, KT와 LG유플러스는 ‘F’를 받았다.
이번 보고서는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실태를 비교, 분석한 것으로 기업들에게 화석연료나 원자력에너지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의 일환이다. 평가는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실적과 이행 약속, 정보 공개의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 가운데 40%이상이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안에 드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려온 나라로, 한국은 2010년 이래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탄소 제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80여개의 대형 다국적 기업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며 자사 비즈니스 활동에 있어 재생가능 에너지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미 외신 보도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대로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자사 데이터센터 운용에 들어가는 전력을 대부분을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는 내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용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반면 국내 기업인 LG CNS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자료를 그린피스에 공개하지 않아 낙제점을 받았다. 삼성 SDS의 경우도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공개 약속을 하지 않은 이유로 ‘D’를 받았다. 공개 약속은 했지만 이후 재생가능에너지 확충을 위한 추가 조치가 미미했던 네이버는 ‘C’를 받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강원도는 수열과 수상태양광을 통해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저녁을 공급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를 추진 중이다. 수상태양광 설비용량은 200메가와트로, 네이버 규모의 IT기업 5~6곳의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규모다. 아시아 최초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그린피스는 그 동안 지형적인 특성과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난색을 표했던 국내 기업들을 비판했다.
이현숙 선임 IT캠페이너는 “그린피스도 국내 기업들에게 하루아침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와 선언을 먼저 하라는 것”이라며 “이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높이고 데이터 센터 부지 내에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거나 데이터 센터 설계 시 지열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단계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지형의 특성 등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강원도가 계획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가 우리나라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면서 “여기에 직접 입주하거나, 자사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일반 전력량만큼 강원도 데이터센터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시설에 투자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 지금은 꿈같은 얘기"
반면 그린피스의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요구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내놓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하소연도 결코 가볍게 흘릴 수만도 없다.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네이버 마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전력 시장을 독점함에 따라 현재의 시장 체계를 통해서는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를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전력공사가 화력, 원자력발전소 등을 통해 얻은 전력만을 공급받아 써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설비를 직접 설치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자연바람으로 서버를 식히고 데이터센터 부지 내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를 확대해나가는 등 실천 가능한 수준에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전체 데이터센터 전략 소비량 중 0.04%정도만 재생에너지가 쓰인다. 공간과 비용의 한계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민간 사업자들끼리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생산한 전력이 아닌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민간 사업자로부터 기업들이 전력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기사업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당 법률안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린피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캠페인에 동의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라 부담인 측면이 많다”면서 “법적으로 민간 사업자 간 재생가능에너지 거래도 불가능한 만큼 모든 걸 기업의 탓으로만 비난하기엔 열악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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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약 재생가능에너지 구매가 가능해진다면 가격 등을 검토해봐야겠지만 이를 적극 구매할 의지가 있다”며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일부는 자체 시설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를 만들고, 또 추후 구매하는 방식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동참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현숙 캠페이너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재생가능에너지 필요성에 공감하거나 사용하라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다보니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지만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국가 발전 산업으로 키울 필요성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