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어려워도 판매 늘린다"...왜?

올해 목표 825만대, 12만대↑...해외 생산량 증가 반영

카테크입력 :2017/01/02 10:22    수정: 2017/01/02 11:10

정기수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를 825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목표로 제시한 813만대보다 12만대 증가한 규모로 그룹 출범 이후 역대 최대 목표치다. 대내외 경영환경은 어렵지만 해외 생산량이 대폭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825만대 생산·판매 목표를 세웠다"면서 "올해 시장 불확실성이 예상되지만 창의적 사고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사업 목표를 달성하자"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2017년 그룹 경영방침을 '내실강화, 책임경영'으로 제시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민첩하고 유연한 대응 ▲부문간 소통협력 강화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조직 문화 구축을 강조했다. 또 어려운 여건에서도 ▲R&D(연구개발) 투자 확대 및 핵심 미래 기술 내재화 ▲상품 경쟁력의 획기적 강화를 통해 미래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연간 목표로 설정했던 813만대(현대차 501만대·기아차 312만대) 달성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관측된다. 8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첫 역성장이다. 2년 연속 연간 판매목표 달성 실패는 물론, 3년 만에 글로벌 판매가 800만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외시장 판매 정체와 개별소비세 종료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와 노조 파업 등 내수 부진으로 녹록치 않았던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508만대(국내 68만3천대, 해외 439만7천대), 317만대(내수 51만5천대, 해외 265만5천대)의 판매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가 7만대, 기아차가 5만대 각각 늘어났다. 양사 모두 내수는 작년 목표보다 1만대 줄었지만 해외 판매 목표는 현대차가 8만대, 기아차가 6만대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 중국 창저우 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가동에 들어간데다 올 하반기 현대차 중국 충칭공장 완공 등 생산물량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매 규모는 9천68만대로 올해 전망치(8천902만대)보다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전 수요 완전 회복 및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0.1%↓)으로 돌아서고, 글로벌 성장의 중심축이었던 유럽은 대기수요 소진 등으로 성장 정체(0.6%)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두자릿수 이상 판매 증가율을 보였던 중국은 구매세 인하 정책 축소로 인해 4.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 목표는 공격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기아차 멕시코공장과 현대차 중국 창저우공장 가동에 이어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현대차 중국 충징공장을 포함해 전세계 10개국 35개 생산공장을 갖출 예정이다.

멕시코 신시장과 함께 북미, 중남미 공략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 지역 내 대표 자동차 메이커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멕시코공장과 창저우공장에 지역 전략 신차를 투입하고, 올해 충칭공장 완공을 통해 신규 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한다.

정 회장은 "올해 가동되는 충칭공장을 포함해 전세계 10개국 35개 생산공장 체제를 확립하고, 판매망과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자동차와 ICT(정보통신기술)가 융합한 미래기술 개발 역량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내재화 하고 있으며, 한국 및 중국 등에 자체 구축한 빅데이터 센터 기반으로 커넥티드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전기차와 수소차 등을 통해 글로벌 환경차 시장에서 판매 외연을 확대,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올해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함께 아이오닉 라인업을 완성하고, 그랜저 하이브리드,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차종을 다양화한다. 나아가 경쟁력 있는 친환경 기술 개발 및 상품성 강화를 통해 2020년까지 28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상품 라인업도 강화한다. 신차 G70를 선보이고, 미국에는 G80 상품성 개선모델을 투입해 프리미엄 브랜드 기반을 확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고성능 브랜드 N의 시장 안착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내실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시무식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불참했다.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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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 주재로 매년 새해 첫 출근일 오전 서울 양재동 사옥 강당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양재동 사옥에 입주해있는 계열사들은 본사 강당에서 시간대를 달리해 시무식을 열고, 현대모비스 등 별도 분리된 계열사들의 경우 각사 사옥 등에서 시무식을 진행했다.

각 계열사의 자율성 강화를 통해 급변하는 산업별 환경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