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친환경차 공략·SUV 확대로 위기 극복"

해외법인장 회의 개최..."판매 최우선 체제 구축"

카테크입력 :2016/12/20 18:00

정기수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확대와 친환경차 공략 가속화를 통해 내년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개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에도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1%대의 저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지역별 전략 신차 투입과 맞춤형 마케팅 강화를 통해 판매 확대에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전 부문이 영업부문의 판매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판매 최우선 지원 체계도 갖출 계획이다.

20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각각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주재로 해외법인장 종합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50여명의 해외법인장들은 지난 15일부터 4일간 진행된 회의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올해 지역별 실적과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내년 생산·판매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인장 회의 기간 동안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내년 각 시장 사업계획을 구체화했다.

특히 이번 법인장 회의는 예년과 달리 자유 토론을 강화해 본사 부문과 해외법인장간은 물론, 해외법인장간에도 의견 교환이 활발히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과 자동차 시장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해외법인장들이 자율적인 토론으로 더 생산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몽구 회장 역시 "임직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각 부문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라"며 자율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 크레타 생산라인을 점검 중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美 수요 하락·中 구매세 인하 축소...주요국 대응 시나리오 마련

현안 점검은 물론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 대응책도 논의했다. 법인장들은 지난주부터 양사 각각 지역별 점검 회의, 해외영업본부장 간담회, 경영환경 설명회, CEO 주관 회의 등을 진행하며, 각 지역의 세세한 상황부터 큰 틀의 글로벌 전략까지 심도 깊게 논의했다. 또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각사 출시 예정 신차와 개발 중인 전략차 개발 현황도 직접 살펴보고 연구소 부문과의 워크숍도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각 법인장들은 ▲친환경차 소비자 체험 확대 방안 ▲신형 B급 SUV의 유럽 런칭 전략 ▲아세안 판매 활성화 방안 등 세부 계획들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또 법인장들은 수요 증가세인 SUV 신차 출시 및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및 신흥시장 경기 침체 등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했다.

특히 양사 북중미지역 법인장들은 내년 미국의 수요 하락 대응방안에 대해 적극 논의했다. 올해 소폭(0.1%) 성장하며 최대 수요를 기록한 미국시장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할부시장 위축 및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인해 시장이 0.1%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또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인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시의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의견을 교환하고, 각 시나리오별 판매 전략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경영환경 설명회에서는 중국시장이 화두에 올랐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수요 증가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올해 중국은 구매세 인하 정책(10%→5%)으로 인해 두자릿수나 수요가 증가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이끌었다. 중국지역 법인장들은 구매세 인하 폭이 축소(10%→7.5%)되는 것에 주목하고, 아직 중국 정부안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판매 환경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물론 다른 지역 법인장들과도 의견을 나눴다.

경쟁 환경 및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과 유가도 뜨거운 토의 주제였다. 법인장들은 미국 대선 이후 각 지역의 환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법인장들은 글로벌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엔화 및 유로화는 물론 러시아 루블,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 터키 리라 등 각 지역 환율의 세세한 변화 추이까지 확인하며 내년 전략을 가다듬었다. 중동 및 러시아 부문은 유가 상승 여부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양사 해외 생산법인장들도 한 자리에 모여 현안을 점검했다. 올해 해외공장은 안정적인 생산 품질과 시장별 적기 공급으로 11월까지 해외생산분의 판매가 6.4% 증가했다.

법인장들은 내년 공장별로 신차 생산 선행단계부터 점검을 강화해 품질을 조기에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체코공장은 i30 생산이 본격화되고 멕시코공장은 신형 프라이드, 앨라배마공장은 쏘나타 상품성 개선 모델, 브라질공장은 크레타를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중국 공장도 신형 위에둥, 중국형 쏘렌토뿐 아니라 중국 전략 신차들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또 신규 및 기존 공장의 법인장간 양산 품질 및 생산성을 꾸준히 유지하는 전략들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내년 글로벌 車시장 1% 성장 전망...SUV·친환경차·전략차종 투입 확대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주요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 보다 3.6% 증가한 8천902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구매세 인하로 인해 15.5% 증가한 중국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0.2%)을 한 셈이다. 내년은 성장 주도 시장 부재로 올해보다 1.8% 증가한 9천68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수요 완전 회복 및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0.1%)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글로벌 성장의 중심축이었던 유럽은 대기수요 소진 등으로 성장 정체(0.6%)가 예상된다.

올해 두자릿수 이상 판매 증가율을 보였던 중국은 구매세 인하 정책 축소로 인해 4.4% 증가가 유력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은 경기 부진 지속,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수요가 3.5% 감소하며 올해(-0.7%)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주요 시장의 수요 감소 및 정체 속에 인도와 아세안 시장은 각각 6.2%, 7.6%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급별로는 SUV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환경차 시장도 주요 메이커들의 전기차 및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신차 출시가 이어지며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요 시장의 수요가 둔화되며 메이커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 브렉시트 영향 등으로 엔화 및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며 일본 및 유럽 메이커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다양한 마케팅, 인센티브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닉 3종(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사진=현대차)

현대·기아차는 ▲SUV 라인업 확대 ▲판매 최우선 지원 체제 구축 ▲신규 시장 개척 ▲승용 모델 경쟁력 향상 ▲품질 및 고객서비스 강화를 통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SUV 라인업 확충을 통해 지속 성장하고 있는 SUV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한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소형 SUV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국내는 물론 유럽 등 해외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흥시장에 크레타(인도·러시아 등), ix25(중국), KX3(중국)를 투입하고 선진시장에서는 신규 차종으로 소형 SUV 수요를 적극 유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쏘렌토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고, 중국에서도 중국형 쏘렌토와 가격 경쟁력 높인 준중형 SUV를 출시하는 등 SUV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신차 출시 및 지역별 특화 모델 개발 등을 통해 승용차 경쟁력도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상품성 개선 모델로 중형차 점유율을 높이고, 유럽에서는 핵심 차종인 i30의 본격 판매에 나선다. 기아차는 주력 소형 모델인 모닝과 프라이드를 새롭게 선보인다. 아울러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컨셉트의 신차 출시와 K7의 미국 본격 판매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중형 럭셔리 세단을 라인업에 추가한다. 내년 하반기 새로운 제네시스 'G70'을 출시하며, 미국에서는 G80 상품성 개선 모델을 투입, 프리미엄 시장 판매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친환경차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그랜저 HEV(하이브리드), 아이오닉 PHEV, 니로 PHEV를 출시하고 미국에 니로 HEV를 출시, 글로벌 점유율을 높인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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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성장시장인 아세안 지역에서의 판매를 강화하는 동시에 멕시코, 중국 창저우 등 신규 공장의 안정화를 통해 중남미와 중국 지방 지역을 본격 공략키로 했다. 특히 내년 완공되는 충칭공장에서 생산되는 현지 전략 모델로 중국 내륙에서의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무엇보다 판매 현장의 요청사항을 차량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전 부문이 영업부문의 판매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판매 최우선 지원 체계를 갖춰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나갈 것"이라며 "이와 함께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개발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지속 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