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해외직구는 불법일까?

'베네수엘라발 윈도10 대란'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량 주문 취소 조치를 한 이후 각 지역 콜센터를 통해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소비자들에겐 여전히 찝찝한 질문 하나가 남았다. '소프트웨어(SW) 직접구매는 불법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MS의 SW 정책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1위 패키지SW 기업인 MS는 사실상 이 시장의 표준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산 윈도10, 한국서 못쓰는 이유

먼저 MS가 베네수엘라 스토어 구매자들에게 보낸 환불 안내 이메일을 살펴보자. MS는 이메일에서 주문 취소 사유를 ‘지역 제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결제 주소가 해당 국가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MS가 지역 제한을 두고 있는 주체는 ’SW 라이선스’가 아니라 '온라인 스토어 이용권한’이다.

MS는 온라인스토어 이용약관을 통해 “(제품 판매는) 이 웹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는 국가 또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조건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주문 대금을 환불하고 주문을 거부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약관대로라면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이집트, 카자흐스탄 등 화폐 가치가 하락한 다른 국가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SW도 주문 취소 대상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정책에 의문이 생기게 마련이다. 해외 사이트에서 별의별 것을 더 싸게 구매하는 세상에 SW만 직구가 안 된다고 하니 뭔가 불합리하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싸게 살 수만 있다면 배송이나 사후 서비스(AS) 등에 제한이 있더라고 감수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데 SW는 이렇게 사면 안되는 걸까?

SW기업들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가장 큰 이유는 유통질서 때문이다. 대량구매와 재판매가 쉽고, 한번 구입하면 별다른 AS가 필요 없는 SW 특성상 해외 직구를 허용할 경우 각 지역시장의 가격질서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특히 재판매가 이뤄질 경우 온라인 가격이 무너지고 각 지역 유통 파트너사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전세계 SW가격을 동일하게 받을 수도 없다. 각 국가마다 구매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지역의 구매력에 맞춰 가격을 달리한 이유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개발도상국에 기술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한국MS 관계자는 ”일부 개발도상국에는 SW를 굉장히 싸게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공헌적인 측면에서 정보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SW를 단순히 재화로만 보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 해외구매 안 막아 놓은 이유는?

이 대목에서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MS는 왜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열어두었을까.

이에 대해 일부에선 MS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뒷문을 살짝 열어 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MS 입장에서 보면 전세계 불법 SW이용자가 상당한데, 이렇게라도 정품을 이용하는 게 더 득이다. 어찌보면 합리적인 의심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MS 측은 해외에 거주하는 현지인들도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막지 않은 것 뿐이라고 해명한다.

실제 MS는 아직까지 이집트 스토어에 대한 해외 사용자들의 접근을 막지 않고 있다. 이집트 역시 화폐가치 하락으로 지난 2달전부터 윈도10, 오피스 등 가격이 미국이나 한국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당연히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용약관을 문제 삼아 언제든 주문취소, 혹은 제품키 차단 조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