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결산과 새해 계획으로 분주한 연말에 국내 양대 포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 조작 의혹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알림톡 때문에 과징금 철퇴를 맞았습니다.
두 이슈는 언론과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이슈의 중심에 선 두 회사는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괘씸한 그들'이라고 한 마디하면 속 시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사실 관계가 잘못 알려지면서 부풀려진 측면이 많아 보입니다. 취재 기자인 제가 보기에도 두 회사가 상당히 억울해 보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비판을 위해서라도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들을 위한 변명'을 대신 쓰게 된 건 이런 사연 때문입니다.
■네이버, ‘셀프 검증’이 불러온 참사
먼저 네이버 실검 조작 의혹부터 살펴볼까요.(▶관련기사 보기)
시간을 지난 19일로 되돌려봅시다. 그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제2기 검증위원회는 ‘네이버 노출제외 검색어에 대한 검증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네이버가 5개월 동안 1천408건의 실검을 임의로 제외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네이버가 실검을 임의대로 ‘조작’했다니요. 기자가 알고 있기로 네이버는 그 동안 실검에 대해선 절대 자의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물론 네이버가 실검에 대해 '완전 노터치'를 한 건 아닙니다.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검색어들은 제외시켜 왔습니다.
전 이런 조치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조금 극단적인 가정이긴 합니다만, 실검에 말썽꾸러기 여동생의 휴대폰 번호가 떠 있다면 어떨까요. 누가 봐도 뻔한 성형 광고 검색어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라와 있다면 또 어떨까요? 이런 것들은 당연히 인위적으로 정리해줘야 합니다.
물론 정치인,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이 갑자기 실검에서 사라지고, 연관검색어들도 순식간에 삭제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네이버가 제외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알권리’를 강조하는 쪽에선 당연히 그런 '정리작업'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반면 ‘사생활보호권’ 쪽에 무게를 둘 경우 정리해줘야 한다는 쪽에 한표를 던질 겁니다.
이번 보고서가 발표된 뒤 네이버에 비판이 쏟아진 건 실검 제외 사유 6번 항목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자체 규정인 제외 사유 6번 항목은 ‘법령이나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마치 정부나 수사기관이 요청만 하면 네이버가 충성스럽게 실검을 수정해주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네이버는 최근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 조항을 '법령에 의거해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수정했습니다.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요청할 경우엔 당연히 응해야 합니다.
그 뿐 아닙니다. 네이버는 단 한 번도 이 같은 요청을 받아 수정해준 경우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정부나 수사기관이 요청을 해오더라도 법적 판결문이나 규제 기관의 시정명령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강조했습니다.
물론 이 말을 100% 신뢰하긴 어렵습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점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완전히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실검 제외 건수와 항목을 공개만 하면 끝나냐”는 지적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는 네이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구글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인터넷기업 어느 곳도 자유로울 수 없는 비판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KISO의 검증보고서는 사실 네이버의 요청으로 조사 및 작성된 겁니다. 네이버의 자료 제출 협조가 없었다면 발표되기 힘든 대외비나 다름 없습니다.
결국 네이버 입장에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했던 '셀프 검증' 때문에 오히려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도 실검 제외 사례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일부 언론 보도 때문에 역풍을 맞은 셈이지요. 대놓고 반박하기도 애매하다보니 네이버 입장에선 그냥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사용자 관점에서 네이버 실검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쓴 소리를 할 순 있습니다. 끊임 없이 문제 제기하고 감시하는 것 역시 사용자들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건에 대해선 오히려 네이버 측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다 투명하게 실검을 운영하려는 진정성은 높이 평가해줄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내년부터 네이버호를 이끌 한성숙 대표 내정자가 글로벌 수준의 서비스 운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적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더욱 공정한 네이버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물론 '약속대로 시행하는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살펴볼 생각입니다.
■카카오, 정보성 메시지도 죄가 되나요?
억울한 회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네이버의 영원한 라이벌 카카오 얘기입니다.(▶관련기사 보기)
카카오는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총 3억4천200만원의 과징금을 내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카카오가 카톡 가입자들에게 알림톡 수신에 대한 사항을 사전에 고시하지 않았다는 게 징계 사유입니다. 카톡 대화창에 입력된 URL을 다음 검색서비스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가 됐구요.
지난해 9천300억 넘는 매출을 올린 카카오 입장에서 과징금 3억원은 아프다고 보기 힘든 처벌입니다. 기업에 별 타격을 줄만 한 액수는 아니란 얘기입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선의로 시작한 서비스에 '불법'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지게 됐으니까요.
만약 카톡 알림톡이 광고 문자여서 사용자들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갉아먹고, 불편을 끼쳤다면 방통위의 판결은 온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카톡 알림톡은 대부분 정보성 메시지입니다. 대표적으로 우체국 택배를 들 수 있습니다. 운송장번호와 발송인, 배달원 등의 정보가 담긴 내용이 카톡 알림톡을 전달되는 것이죠. 사용자 입장에서 사실 유용한 정보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건의 카톡 문자를 주고받는 요즘, 이 같은 문자 하나가 개개인들의 데이터 사용량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 얼마나 있을까요.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소진되는지 따져보기도 힘들 겁니다. 여러 앱들에서 돌아가는 배너 광고에 비해서도 훨씬 적은 데이터가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카카오는 미리 사용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것이 됐고, 2억4천2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용자 동의 없이 카톡 대화창에 나온 URL을 다음 검색 서비스에 이용했다는 이유로 1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물론 방통위의 취지대로 거대 부가통신사업자인 카카오가 이용자 보호 등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온전히 피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상 전국민이 사용하는 카톡을 서비스 하는 사업자로서 보다 책임감 있는 서비스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용자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특히나 사용자들이 카톡에 입력한 URL이 멋대로 다음 검색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이용자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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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처벌은 그 동안 휴대폰 유통 시장을 교란시킨 통신사와,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팔아 이득을 챙긴 홈쇼핑사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 했다는 비판을 수차례 받아온 방통위가 내린 결론 치고는 매우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 것 같습니다.
또 통신사들이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인 기업 문자 메시지 시장을 카카오가 가져가지 않을까 하는 통신사들의 압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