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8에서 이어폰잭이 빠진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측정 이슈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한국언론학회가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통합시청률 관련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이다.
OTT, VOD(주문형비디오) 시청 소비가 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기기를 통한 방송 시청 행태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시청률 조사는 이어폰을 꽂아 방송의 음성 신호를 감지하는 ‘오디오매칭’ 방식을 검토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어폰잭 제거'란 돌발 변수가 생긴 것이다. 아이폰7을 시작으로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더 얇으면서도 성능은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어폰잭을 제거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오디오 매칭 방식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통합시청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기기 시청률 조사가 중요한데 뜻하지 않은 난관이 생긴 셈이다.
시청률은 광고주들의 방송 광고 단가를 책정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미디어 다양성과 여론 독점 방지를 위한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TV 시청점유율은 실제 대중의 TV 시청 행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이어왔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임기 내에 통합시청률을 도입하겠다고 줄곧 밝혀왔다. 하지만 3기 방통위 상임위원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즉, 최성준 위원장의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 됐다.
이처럼 국내에 통합시청률 도입이 미뤄지는 이유가 주목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국, 노르웨이, 독일 등의 통합시청률 도입 사례를 다뤘으나 국내와 상황이 크게 다른 점이 있다는 의견이 연이어 나왔다.
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미디어통계분석그룹장은 “통합시청률 도입을 두고 논의를 할 때 안따까운 부분은 한국보다 다른 나라들은 이해당사자의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점”이라며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모두 방송사를 포함해 관련 당사자들이 모인 협회나 단체를 만들어 직접 조사하고 발표하고 검증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사들이 모여 온라인이나 모바일 상에서도 시청률을 조사할 수 있도록 태그와 같은 식별 부호 표준화를 통해 조사를 하는데, 한국은 표준화는 고사하고 방송사들이 모인 적도 없다”며 “기술이 뒤처진 것이 아니라 제도와 (이해관계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낙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전처럼 TV 수상기에 별도 기기를 설치하고 시청률을 조사할 수 없는 온라인 환경이나 모바일 환경에서는 방송 콘텐츠의 유통을 직접 추적해야 하는데, 해외처럼 방송사와 시청률 조사 단체가 협력해 단일화된 코드를 갖추는 시도가 국내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콘텐츠 생산-유통하는 방송사 협력 절대적"
김연우 닐슨컴퍼니코리아 상무 역시 “현존 조사 방식과 해외 사례 접목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업계에 요청을 드리자면 미국에서 방송사가 닐슨과 작업한 것처럼 한다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도입 사례에서 거듭 소개된 것처럼 단순히 패널만을 대상으로 시청률 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송사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방송사 협력 부족과 함께 국내 시청률 조사 목적을 두고도 도입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다시 나왔다.
강재원 동국대 교수는 “통합시청률 조사 목적이 한국에서는 여론형성 기능을 두고 다양성 규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개별 채널의 시청점유율을 조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공익적 목적의 조사 자체가 규제 목적의 달성 수단으로 한다면 해외 하례의 통합시청률 조사 방식이 유효하고 적절한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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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청률 조사가 통합시청률 단계에 오른다고 해도 당장 기술적으로는 크게 뒤쳐질 것이 없다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민경숙 TNMS 대표는 “한국은 모바일 기기나 TV 수상기 보급률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고 통신망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앞서 모바일 TV 시청이란 행태가 나왔다”며 “이에 맞춰 국내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빨리 모바일 TV 시청 조사를 해왔고, 정식 도입은 늦지만 다른 나라를 선도할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