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과 기업인에 대한 정치인의 호통

데스크 칼럼입력 :2016/12/07 17:40    수정: 2016/12/07 19:48

미국에서 구글 같은 혁신기업이 많이 나오고, 또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힘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어느 교수는 신문지상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미국은 꿈의 국가다. (그들은)꿈의 크기가 다르고, 정부가 이를 가로 막지도 않는다."

다는 몰라도 이 말은 정치가 쓸 데 없이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고, 기업인이 마음껏 꿈꾸게 하는 나라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게 부의 원천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우리는 어떤가. 어제(6일) 열린 대기업 총수 9인 청문회는 비참한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경유착이 아직까지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이 드러났으며, 그 한 쪽의 공범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기업인을 어떻게 떡주무르듯 하고 있는 지 확연해졌기 때문이다.

한 기업인은 이날 청문회를 보고 "기업 총수들에 대해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탐욕에 찌든 천민자본주의의 한낱 장사꾼 취급을 해도 되는 일이냐"고 한탄했고, 다른 기업은 "기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불법을 저질렀을 수도 있는 기업인에 비하면 정치인은 뻔뻔하기까지하다. 정경유착의 한 축이면서도 "무엇을 바라고 뭉칫돈을 갖다 줬냐"고 면박(?)을 줄 때 기업인들로서는 "그럼, 대체 왜 달라고 했냐"고 속으로 얼마나 항변하고 싶었을까.

이런 걸 난장판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삼성 미래전략실을 폐지하라고 호통친 일은 특히 이해하기 어렵다. 도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정치가 기업의 경영 구조를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삼성이 잘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적절한 지원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한 만큼 그들도 그들의 잘못을 잘 알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고 죄가 있다면 죄을 지은 사람이 처벌을 받으면 된다. 이 부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죄가 있으면 물러나겠다고까지 했다. 그런 조치들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죄를 처단하는 것과 국내 최대 기업의 경영구조를 정치인 한 명이 윽박질러 결정해버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반대로 어느 국회의원이 불법적인 정치 자금을 받고 보좌관이 향응을 요구했다면 국회를 바로 해체해야 하는 것인가. 절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삼성은물론 이 부회장이 약속했으므로 미래전략실을 해체할 것으로 보인다. 또 더 혁신된 그룹 경영 구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개 의원이 수십만명의 일자리와 주주 수만명의 재산권이 걸린 회사의 경영 구조를 강압적으로 바꾸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옳아보이지 않는다. 그 결정은 오로지 그 회사의 경영시스템 내에서 치밀하게 고민하여 결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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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의원의 윽박지름에 기업 경영구조를 확확 바꿔야 하는 나라라면 대체 누가 기업을 하고 싶겠는가.

국민 공분에 편승해 대기업을 때리는 것만으로, 단지 그것만으로 정치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국민의 회초리를 기업에 전가하려는 게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