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넘어 레스토랑에 꽂힌 스타트업

고급 음식 배달 O2O 서비스 활기

인터넷입력 :2016/12/04 14:51    수정: 2016/12/04 15:08

손경호 기자

TV프로그램을 틀면 온통 맛집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이들이 늘어났다. 음식이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을 넘어 하나의 즐길거리가 돼가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이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집에서도 맛 볼 수 있게 됐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오프라인으로 음식을 배달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스타트업들이 직접 셰프를 기용해 집 문 앞까지 '요리'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최근 블로그,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고급 배달음식 O2O 서비스는 배달의 민족이 서비스 중인 '배민쿡'과 또 다른 스타트업들인 '플레이팅', '셰프온' 등이다. 배민쿡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 봤을만한 요리를 집에서 직접 해 먹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플레이팅과 셰프온은 아예 셰프가 주문을 받아 요리를 집 앞으로 갖다준다. 현재 플레이팅은 모바일앱으로, 배민쿡과 셰프온은 웹사이트를 통해 주문을 받는다.

배민쿡은 당일 공수한 신선한 식재료를 손질한 뒤, 레시피 카드를 동봉해 집 앞에 배송해 준다.

■배민쿡, 정기배송으로 '고급 요리 경험' 제공

지난 9월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한 배민쿡은 정기배송 방식을 선택했다. 매주 2개의 메뉴가 추천된다. 이들을 선택하면 금요일부터 토요일 사이 새벽까지 배송 신청자 집 문 앞으로 배달된다. 일명 '쿠킹박스' 안에는 해당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와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 카드가 담겼다. 배민쿡은 주문 받은 당일 오후에 재료손질을 끝내고 배민프레시의 유통망을 활용해 밤 12시부터 오전 7시까지 배달작업이 끝난다.

가격은 2인분 기준 2만2천500원, 4인분 패밀리는 3만6천500원 수준이다. 메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인분에 1만원 선이다. 만약 한 달 동안 매주 하나씩 4개 추천 메뉴 중 3개만 선택했다면 그만큼 금액이 주마다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진다. 캠핑족을 위한 특별 캠핑 세트 등과 같은 상품은 단품으로도 구매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계좌이체도 지원한다.

요리가 아니라 식재료와 레시피를 전달해 준다고 해도 추천 메뉴를 선정하고, 재료를 조리하기 쉽게 손질하고, 특제소스를 만드는 작업은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다. 배민쿡을 총괄하고 있는 김용복 셰프는 메리어트, 하얏트, 쉐라톤 등 일류 호텔 주방장 15년 경력 베테랑이다. 인기가 있을 법한 요리 메뉴를 선정하는 것은 다음과 카카오에서 기획 및 마케팅 업무를 거쳐 콘텐츠 기획자로 '아지트 인 서울', '다이닝 인 서울'이라는 책을 냈던 민금채 수석이 맡았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매주 메뉴가 다른데 사용자가 따로 고르지 않아도 되고, 처음 보는 요리나 해보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는 요리 등을 제안해 드린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오코노미야끼나 이집트 요리인 미트볼 에그 인 헬 등을 집에서도 직접 해서 맛 볼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플레이팅은 모바일 앱/웹사이트를 통해 구내 식당이 없는 회사 사무실에도 배달서비스를 해준다.

배민쿡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요리 자체가 가치가 되는 시대다 보니깐 요리 자체 경험을 주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정기배송 신청자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주를 이룬다.

■플레이팅, 구내식당 없는 IT기업서 인기

아예 셰프가 직접 요리를 해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집 문 앞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작년 7월부터 베타서비스를 거쳐 같은 해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플레이팅 안찬봉 공동 창업자는 "예전에는 배달음식을 시켜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퀄리티 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찾는다"고 말한다. 특히 아파트 단지와 같은 곳에서 어린 자녀를 둔 부부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전체 주문건수의 3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주문을 위해서는 플레이팅 앱을 실행한 뒤에 1인분~5인분까지 요청한 장소에 정해진 시간까지 배달을 시켜준다. 이 스타트업도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경력이 10년 차 이상인 전문 셰프가 직접 주방을 책임진다. 미국 네바다 소재 호텔에서 근무하다가 국내 레스토랑을 운영했었던 테일러황, 이탈리아 요리 전문 박병순 셰프와 함께 8명~9명 정도 조리팀이 붙는다. 이곳의 메뉴는 90%가 자체 개발한 메뉴이며, 10%는 외부 셰프가 개발했던 메뉴들을 활용한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가격은 단품메뉴가 1인분에 1만원~1만2천원 수준이다. 플레이팅은 앞으로 '셰프의 구내식당'이라는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입소문을 타 국내 IT회사 내 팀 단위로 점심메뉴를 플레이팅을 통해 시켜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일 추천해 주는 2가지 메뉴 중 구내식당 서비스를 통해 신청을 하면 2천원 할인된 가격에 사무실로 배달 받게 된다.

안 대표에 따르면 리멤버, 캐시슬라이드 등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나 내부 개별 팀에서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 모바일 게임사들도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앞으로는 경기도 판교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셰프의 구내식당을 여러 회사 임직원들이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플레이팅은 회사별 주문 전용 URL도 만들었다. 해당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앱을 거치지 않고서도 추천 메뉴를 할인된 가격으로 주문할 수 있다. 결제방법으로는 신용카드를 앱에 미리 등록해 놓은 뒤 결제하는 방식과 현장 카드결제, 현장 현금결제 등을 지원한다.

셰프온은 스타 셰프가 직접 요리를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아 시그니처 사인까지 함께 전달한다.

■스타급 셰프 기용, 사인까지 전달

스타급 셰프를 기용한 셰프온도 눈에 띈다. 셰프온을 책임지는 최승광 총괄 셰프는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출신으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최고의 요리비결', 드라마 '질투의 화신' 등 방송에서도 활약 중인 이탈리안 요리 전문 정호균 셰프도 이곳에 의기투합했다. 지중해식 웰빙, 자연식을 내세운 임회선 셰프도 함께한다.

셰프온측은 "배달음식 시장이 편의성과 요리의 품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고급화 시장으로 다각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 볼 수 있는 정통 코스요리를 배달음식에 맞게 재구성했다. 메인 요리와 샐러만을 묶은 스페셜 메뉴를 개발하는가 하면 배달시간을 고려해 식재료를 채용하기도 했다. 이미 한 달 간 시범서비스를 통해 서울 강남구, 서초구를 중심으로 약 900여명 고객을 확보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전용 주방을 따로 운영하며 최승광 셰프가 직접 이곳에 상주하며 품질관리를 책임진다. 서양요리의 기초재료인 스톡과 소스까지 전 과정을 셰프들이 직접 조리하고, 본인들의 시그니처 사인까지 담아내는 식으로 차별화를 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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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공 셰프온 대표는 "유학시절 고급 배달 마켓이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질과 맛이지만 배달 서비스의 승부수는 셰프가 조리한 그대로의 맛을 식탁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음식 온도와 퀄리티를 식탁까지 유지하기 위해서 전 세계 배달 용기를 거의 다 뒤져서 온도 항상성이 가장 높았던 영국산 용기로 선택했고, 음식 품질과 맛 유지에 대한 수 백 번의 테스트를 거쳤고, 특히 파스타류의 품질 유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가격은 세트의 경우 3만원 선이며, 단품은 1만5천원~2만원 수준이다. 다만 3만원 이상 주문할 경우에만 3천원 배송비가 면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