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개막한 MWC 2016, 국내 ICT 업계는 가상현실(VR)에 주목했다. 삼성 갤럭시S7 발표장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무대에 올라 VR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MWC에서 불거진 폭발적인 VR 신드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3월, 국내 ICT 업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 인공지능(AI)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세기의 바둑 대결은 AI에 대한 호기심부터 공포심까지 불러일으켰다.
무더위가 한창 시작되던 7월, 미국에서 흘러온 뉴스에 한국이 발칵 뒤집힌다. 20~30 세대가 어릴 적 즐겨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활용한 스마트폰 게임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크게 대단할 것 없던 증강현실(AR)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ICT 트렌드를 전국민이 읊기 시작했고, 특히 한국에선 지도 반출 논쟁까지 이어졌다.
ICT 업계 일대 혁신을 불러왔다는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국내 도입은 갓 6년이 지났다. 그만큼 기술 혁신과 확산의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가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자연스레 내년에 떠오를 ICT 트렌드에 눈길이 쏠린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7년 ICT 10대 주목 이슈’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혁신 관점에서 인공지능, 차세대 네트워크 5G, MR(혼합현실), 자율주행차, 생체인증 ▲진화 관점에서 핀테크 2.0, O2O, 데이터커머스, 산업인터넷(소물인터넷), 플랫폼경제 등을 핫이슈로 꼽았다.
연구소는 “내년 출시 10주년을 맞는 아이폰은 컴퓨터의 메인스트림을 모바일로 바꾸고 ICT 중심을 10년 주기로 PC, 인터넷, 모바일로 이동해왔다”며 “10년간 글로벌 ICT 시장 주역으로 지배한 스마트폰 이후 2017년 스마트폰 뒤를 이을 새로운 ICT 기술 등장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는 하나가 아닌 다양한 ICT 기술이 융합새 서비스와 단말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며 “2017년은 전에 없던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과 기존의 것이 더 편리해지는 ‘진화’가 공존하며 새 패러다임 등장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AI, 음성비서 서비스를 선봉에서 B2B 주축으로
온갖 기기에 스마트란 표현을 붙여왔다. AI도 새로운 스마트에 속한다. 기존과 다른 점이라면 인간 설계가 아닌 기계 학습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기계가 학습하는 내용을 인간이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다는 것이다.
당장은 아이폰 시리와 같은 음성비서 서비스부터 나올 전망이다. 스마트폰 적용 범위에서 메신저, 커머스, 콘텐츠 이용 등의 분야에서 먼저 활용된 뒤 개인별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후에는 스마트 헬스 등 신규 융합 산업과 사업효율화 측면의 B2B를 주축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아직 시장 규모에 대해 업계 컨센서스는 갖춰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만큼 어떻게 발전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소는 그간 정부와 연구소 등이 내놓은 자료를 기반으로 재산정 작업을 거쳐 국내 시장 규모를 내년 6조4천억원, 2020년 11조1천억원으로 추정했다.
■ 차세대 네트워크 5G, 시범무대 평창올림픽 코앞
5G 이동통신은 아직 대중에게는 먼 이슈다. 통신사의 실제 상용화 목표가 2020년이기 때문이다. 4년 뒤 첫발을 뗀다는 뜻이다. 서비스 확산은 더 멀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5G를 내년 눈여겨 볼 주요 이슈로 여기는 점은 표준화 문제 때문이다. 전세계 여러 통신사와 장비 회사는 5세대 이전 4세대(G) LTE 통신 시대까지 같은 규격을 써왔다. 통일된 규격이 있어야 동일한 수준의 장비를 만들고 그 위에서 만든 서비스를 여러 곳에서 같이 쓸 수 있다.
우선 3GPP가 내년 6월까지 추진하는 ‘릴리즈 14’가 중요하다. 여기서 5G 기본 요건 정의를 마친다. 이후 하반기 시작, 1년간 진행되는 ‘릴리즈 15’에는 5G 1차 표준을 개발한다.
아울러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계획중인 한국 입장에서도 2017년은 기술 막바지 준비 단계로 중요한 시점이다.
■ VR + AR = MR
MR이란 용어 자체를 크게 들고 나온 주인공은 인텔이다. 지난 8월 인텔개발자포럼에서 프로젝트 알로이를 통해 VR 헤드셋에 AR을 더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VR은 오큘러스, 삼성 기어VR 등 헤드셋 체험 기기로 판이 짜였다. 콘텐츠 생산은 주로 게임산업 위주로 이어오다 교육, 산업 디자인 등으로 세를 키웠다.
VR과 별도로 AR은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외에 레노버가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 스마트폰 콘셉트를 공개했다. 판도는 포켓몬고라는 게임 하나로 뒤집혔다. AR의 폭발적인 가능성을 엿보게 되자 MR이란 개념까지 이어졌다.
연구소는 “향후 진행될 MR 시장 확대가 VR과 AR 시장을 상호 잠식하거나 기술 시장 경쟁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파편화 되어가는 VR 시장과 달리 기업용 시장에 뿌리를 둔 플랫폼이 MR 시장 생태계의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자율주행 개발 가속도
자율주행은 현재도 이미 어느 정도 구현됐다. 하지만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고, 완전 자율주행과는 거리가 멀다. 완성차 업계가 목표 상 행보로 따르면 2020년경 필요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지원 차량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ICT 업계 이슈로 부각되는 이유는 자동차 제조 공정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을 위해 커넥티드카 개념이 나온다. 네트워크 상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이유다.
또 차량이 더욱 똑똑해지기 위해 각종 센서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도 나와야 한다.
ICT 융합의 꽃이 자율주행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 생체인증의 대중화
스마트폰 지문 인식이 보편적인 기술로 여겨지는 시대다. 과거 인감도장과 사인, 이후 온라인 상 비밀번호, 최근 각종 인증 체계 등이 나온 가운데 향후 신체특징과 행동특징으로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생체 인증이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생체인증의 범위 확대가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본인 확인이 가장 까다롭게 적용되는 금융부터 통신, 의료, 공공 등으로 퍼져나갈 전망이다.
기술의 확장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동시에 보다 강력한 보안이 전제되야 하고, 기존보다 편의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 진화하는 핀테크
연구소는 “핀테크 1.0이 ICT와 금융의 결합으로 송금, 결제, 펀드, 자산관리 등에 파괴적 혁신을 가진 금융서비스”라면 “핀테크 2.0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기존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의 협업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서비스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금융 기관과 핀테크 기업을 구분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 금융업은 무너지더라도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블록체인 개념이 확산되면서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한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 개발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 O2O, 트렌드 이슈에서 시장 경쟁 이슈로
O2O 시장은 겉만 봐도 벌써 치열하다.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기존 유통 역량을 가진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세를 키운 회사들도 O2O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최강자가 나왔다는 평가는 없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상거래와 온라인 서비스가 최적화될 수 있는 접점을 찾아가는 과도기적 성격으로 풀이된다.
■ 데이터 커머스, 빅데이터로 큐레이션
빅데이터 분석은 이미 화두다. 당장은 이를 어떻게 써먹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커머스라고 연구소는 정의내렸다.
ICT 기술 성장을 발판으로 도약해온 커머스 시장은 현재 정보과잉으로 편의성이 줄어든 가운데 빅데이터가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커머스가 정교해지고 다양해지는 것이 내년 10대 ICT 트렌드에 뽑힌 배경이다. 이미 해외에서 알리바바와 아마존이 적극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 구매율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연구소는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필요한 때 빌려쓰는 스마트 렌탈이 부상할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1인 가구 중심의 맞춤형 렌탈이 활성화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 산업 사물인터넷(IIoT) 경쟁 본격화
일반 소비자용 IoT를 넘어 산업 기반의 IoT가 주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설치 기기 비중이 70%로 산업인터넷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게 생산성 향상이 가시화되면 비용 지출도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올해 LTE-M, 로라망 전국망 구축이 이뤄졌다면 내년에는 협대역(NB) IoT 구축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연구소는 기술 구분에 따라 치열한 경쟁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별 특징에 따라 적용 분야가 고르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과 특정 기술의 우세를 점치는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 플랫폼 경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상지트 폴 초우더러 플랫포메이션랩스 CEO가 내놓은 플랫폼 개념에서 출발됐다.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경제활동인 플랫폼 경제가 등장하고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플랫폼 서비스 위에 경제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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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제조사 GE, 보쉬 등이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사업 방향을 전환한 것처럼 파이프라인 형태의 비즈니스는 플랫폼 구축으로 축이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다.
소량의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에 딱 맞고 특히 지식, 정보, 엔터테인먼트와 같이 추가적인 생산 유통 비용이 낮은 디지털 콘텐츠 상품이 더욱 플랫폼에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