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로 '같은 듯 다른' 플랫폼 전략을 들고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네이버는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도구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카카오는 O2O(Online to Offline) 스타트업들을 위한 생태계로 '게임 for Kakao'와 같은 성공을 노린다.
두 회사는 일주일 사이에 같은 장소(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각각 '비즈니스 컨퍼런스 2016(카카오)', '네이버 커넥트 2017(네이버)' 개최하고 미래 전략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수익기반이자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창작자, 스몰비즈니스, 스타트업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포털로 시작해 이메일, 카페, 블로그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온 네이버는 22일 '기술플랫폼'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창작자나 소규모 사업자(스몰비즈니스)가 창업해 의미있는 수익을 올리도록 돕고 해외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행사에서 전 국민이 쓰는 카카오톡을 활용한 O2O 플랫폼을 구성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 만만치 않은 플랫폼 비즈니스 어떻게?
그동안 플랫폼 비즈니스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주도해 왔다.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전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수많은 사용자들을 모은 뒤 이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하는 파트너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여러 파트너들로부터 '박리다매'로 수익을 거뒀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파트너들만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플랫폼, O2O플랫폼을 앞세운 네이버와 카카오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과 달리 상생 쪽에 강한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창작자, 소규모 사업자,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성장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내년부터 네이버를 이끌게 되는 한성숙 신임 대표 내정자는 네이버 커넥트 2017에서 "네이버의 기술플랫폼 변신은 첨단기술을 광고주, 스몰비즈니스 분들과 창작자들 누구나 손에 쥐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친숙한 도구로 잘 바꿔 내는 일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 최인혁 비즈니스 총괄 부사장은 "네이버가 기술플랫폼으로 준비하는 만큼 각 비즈니스 툴에 적용돼 있는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실시간 빅데이터 처리와 같은 기술을 고도화해 사업자들의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어 "빅데이터를 넘어 각 영역에서 스몰비즈니스 하나 하나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마이크로 빅데이터 전략'을 통해 비즈니스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파트너들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콘텐츠 플랫폼은 마이비즈니스, 스토어팜, 모두, 블로그, 포스트, 카페 등으로 구성된다. 온라인 결제나 오프라인 예약 등을 제공하는 트랜잭션 플랫폼으로는 예약, 비즈넘버, 페이, 톡톡, 네아로 등이 있다. 이러한 각종 서비스에 녹아드는 광고 플랫폼도 한 축을 이룬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성숙 내정자는 이러한 비즈니스 플랫폼에 네이버가 개발 중인 인공지능 기반 대화시스템 'AMICA', 통번역앱 파파고, 이러한 기술이 적용되는 웹브라우저 '웨일(Whale)' 등을 하나씩 녹여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여러 서비스를 연결하며 비즈니스 접점을 넓혀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10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스마트모빌리티를 제외한 분야에 대해 '게임 for Kakao'와 같은 'O2O for Kakao'를 통해 O2O플랫폼 사업자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수익을 끌어냈던 플랫폼 비즈니스를 O2O까지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O2O서비스를 중간에서 유통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등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고, 카카오파킹도 출시 예정이지만 카카오클린홈 등에 대해서는 사업을 접는다.
직접 사업을 하는 대신 파트너사들이 결제나 마케팅 등에 분야에서 카카오의 인프라를 활용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음성인식기술, 언어처리, 인공지능 등 기반 기술을 얹어 24시간 카카오톡 내에서 챗봇을 통해 구매와 결제, 상품에 대한 문의까지 지원되도록 한다.
■플랫폼 성공하려면 '참여자+가치+필터=핵심 상호작용' 필수
스티브 메작 엑셀러런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를 3가지로 규정했다. 참여자(Participants), 가치(Value Unit), 필터(Filter)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잘 합쳐진 경우에만 참여자들(소비자와 사업자) 간에 핵심 상호작용(Core Interation)이 일어나 플랫폼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치는 플랫폼 내에 한 쪽 자리를 차지하는 참여자들이 다른 참여자들을 위해 뭘 만들어 줄 수 있는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숙박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는 사용자들에게 빌리고 싶은 방의 리스트를 보여준다.
필터는 다른 사용자들이 어떻게 가치를 찾느냐에 대한 것이다. 검색엔진이 대표적이다. 우버는 사용자의 위치를 필터로 삼아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차량을 모바일기기로 쉽고 빠르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가치를 제공한다.
핵심 상호작용은 이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최종 목표다. 방을 빌리던가 자동차 이용료를 지불하던가 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와 사업자라는 두 참여자를 연결시켜 이들의 필요와 바람을 만족시켜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
이를 위해 참여자, 가치, 필터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활용해 사용자들 간 핵심 상호작용이 심지어 즐겁게 일어나서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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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가 내년 사업방향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재정비한다는 목표를 내건 만큼 이들이 내놓는 서비스에 얼마나 많은 참여자들이 공감하고 상호작용해 직접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지 두고 볼 일이다.
국내 스타트업 전문 투자자는 "스타트업만 하더라도 사업계획을 세웠으면 최소한 1년 이상은 이 같은 계획을 밀고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기업들이 플랫폼을 새로운 먹거리로 내걸었으면 더이상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