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성진號에 거는 기대와 과제

'가전 명가' 지키고 스마트폰 살려야

홈&모바일입력 :2016/12/01 17:07    수정: 2016/12/01 17:10

LG그룹의 이번 정기임원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실용주의 인사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는 '고졸 신화'로 LG전자를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기업으로 이끈 조성진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장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LG전자의 단독 사령탑으로 앉히는 과감한 선택을 내린 것에도 잘 드러난다.

조성진 신임 부회장은 이른바 '세탁기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바 있다.

그러나 LG 특유의 인화와 뚝심이라는 경영 철학에 비추면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수장으로 앞으로의 리더십이 더 기대되는 인물이다.

1997년 IMF 직후 칼날처럼 휘몰아친 구조조정 속에 경쟁사가 백색가전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 하지만 1998년 조 부회장은 인버터 기술을 토대로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상용화한 DD모터를 개발해 LG 세탁기가 세계 1등 신화를 만드는 데 원동력이 됐다.

조성진 신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부회장 (사진=LG전자)

그는 1976년 금성사에 입사, 당시 인기가 많았던 선풍기가 아닌 세탁기 개발실을 선택하면서 36년 간 한 우물만을 판 인내와 집념의 표상이라는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한 특유의 원가비용 절감 노하우를 발휘하며 꿋꿋이 위기를 헤쳐 온 저력도 있다. 북미유럽 시장에서 LG 가전기기가 여전히 프리미엄 브랜드로 대접 받는 이유도 이런 축적된 배경 때문이다. LG전자는 지금도 세계 가전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신인 럭키금성 시절부터 '골드스타(Gold Star)'라는 브랜드로 반 세기동안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별들의 전쟁을 치러왔다. 국내 시장에서도 어려웠던 시절 황금 빛 '골드스타' 딱지가 붙어 있는 텔레비전과 세탁기는 남부럽지 않았던 살림살이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조성진 부회장은 과거 어려운 시대를 기회의 시대로 이끈 인물이다. 아마도 현재 대외적인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불확실성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그룹 수뇌부들의 입장에서 조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를 이끌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 부회장이 밑바닥부터 훑고 올라온 엔지니어 출신의 CEO라는 상징성도 적지 않다.

결국 위기의 시대엔 사업의 근간인 기술 리더십을 지키고 차별화 혁신을 통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전략과 마케팅보다는 기술의 근본을 아는 사령탑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과제도 만만치 않다. 조 부회장은 당장 적자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을 정상 궤도로 돌려놔야 한다. 물론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를 책임지는 조준호 사장이 유임됐지만 최고 경영자로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MC 사업본부는 지난 3분기 4천3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6분기째 연속 적자다. 인력 재배치를 통한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지만 획기적인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야 차기작 개발에 투자할 돈이 생기고 사업의 영속성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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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직은 돈이 되지 않는 자동차부품(VC) 사업이 미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랄 때까지 시간을 벌어놔야 한다.

LG전자가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실시한 점등광고 'G5 타임'. 실내조명으로 G5를 형상화했다. (사진=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 프리미엄 가전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기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과 미래 성장사업인 VC 사업을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워낼 수 있을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