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DABANG)’ 상표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두 회사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방 상표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게 두 회사의 주장인데, 상대의 공격에 똑같이 ‘갑의 횡포’라며 발끈하고 있다.
한 회사(스테이션3)는 자사의 핵심 서비스명을 반드시 지켜내야하는 생사의 싸움을, 다른 회사(직방)는 빼앗긴 상표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맞서는 모습이다.
향후 이 같은 두 회사의 싸움이 어떻게 결론 내려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상표권 분쟁 왜 촉발됐나?
2013년 5월 스테이션3는 부동산 중개앱 다방을 출시했다.
또 이 회사는 2014년 2월 35류(광고업), 36류(인터넷 부동산 정보 제공업)에 ‘DABANG’ 상표권을 출원했다.
그런데 어쩐 목적 때문인지 3개월 뒤 경쟁사인 직방은 9류(컴퓨터 소프트웨어)와 36류에 다방 한글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중 36류는 스테이션3가 이미 출원한 상태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스테이션3가 35류, 36류 상표권 등록을 마친 시점은 같은 해 11월이며, 직방은 이듬해인 2015년 3월 9류 대한 상표권 등록이 완료됐다.
이 때부터 양사의 갈등이 본격화된다. 2015년 4월 직방이 스테이션3를 상대로 다방 상표권 침해금지(9류) 가처분신청 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스테이션3는 직방의 상표권 출원과 가처분신청 소송이 경쟁사를 죽이려는 목적에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반면 직방은 견제가 아닌 이름과 성격이 비슷한 서비스를 함에 있어 미리 상표권을 등록해 준비하려는 취지였다는 논리로 맞섰다.
특히 직방은 스테이션3가 특허청에 출원, 등록한 상표권이 도형과 기호(위 사진 왼쪽 이미지 참조)를 사용한 상표권 이미지임에도, 한글로 된 다방 상표권을 갖고 있다는 스테이션3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상표권 법적 공방, 현재 상태는?
스테이션3가 한글로 된 다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직방 요구에 법원은 1심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스테이션3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스테이션3의 DABANG과 직방의 다방의 호칭이 동일해 오인활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고, DABANG 앱이 9류 지정상품에 해당된다고 봤지만 직방 측이 경쟁업체 서비스표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등록상표를 출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각했다. 한마디로 직방의 상표권 출원 목적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직방 측은 변호인단을 변경해 즉시 고등법원에 항고를 제기했고, 스테이션3도 법원의 1심 판결에 힘입어 직방 상표에 대한 무효심판 청구를 특허심판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직방은 2심에서도 항고 기각 판결을 받았다. 결국 사내 변호인을 통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2심에 앞서 직방은 다방이라고 이름 붙인 기획문서를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 상표권 등록의 순수한 목적을 인정받으려 했으나 법원은 이를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자료만으로 스테이션3의 모바일 앱 판매를 금지해야할 급박한 위험, 현저한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궁지에 몰린 직방에게도 반전의 기회는 찾아왔다. 올 9월30일 특허심판원이 스테이션3가 제기한 ‘직방 보유 다방 상표권’ 무효심판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스테이션3는 직방이 손해를 끼치려는 악의적인 목적으로 출원한 상표인 만큼 등록이 무효화 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수요자가 오인할 염려가 없고, 직방이 스테이션3에게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갖고 등록상표를 출원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스테이션3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합하면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법원은 직방의 상표권 등록이 악의적인 의도가 있었다는 입장을, 특허법원은 그렇지 않다는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직방과 스테이션3는 대법원 3심 판결과, 특허법원 항소 단계에 놓여있다.
3심 관전 포인트는 직방이 스테이션3가 이미 출원한 상태라 등록하지 못했던 다방 36류 상표권을 지난 21일 추가로 취득한 부분이다. 직방이 취득한 36류 상표권이 3심 판결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주느냐가 두 회사의 명운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방의 36류 상표권 취득에 대해 안성우 직방 대표는 “결국 특허청이 다방 상표권에 대한 직방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스테이션3측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 1, 2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다.
■직방vs다방 “내가 을이다” 프레임 논쟁
직방과 스테이션3의 공방 중 하나는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냐다. 양사는 서로 대기업의 횡포로 작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프레임을 짜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스테이션3가 바라본 직방은 해외 거대 투자사로부터 자본 수혈을 받은 ‘사실상 외국계 회사’다. 많은 액수의 외국 투자 자본이 들어온 큰 기업이 후발 주자로서 이제 막 커 나가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의 싹을 짓밟으려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직방은 작년 12월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으로부터 380억원 투자를 받았으며, 골드만삭스는 안성우 직방 대표에 이어 2대 주주다. 또 이 회사는 알토스벤처스, 블루런벤처스 등 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직방이 바라보는 스테이션3는 작은 스타트업이 아니다. 부동산 중개앱 시장에서 직방이 매출이나 이용자 측면에서 1위 자리에 있지만, 회사 규모 면에서는 스테이션3보다 자신이 을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직방은 벼룩시장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매출 600억원을 벌어들인 미디어윌이 스테이션3의 실제 주인이기 때문에 지난해 매출 30억원에 불과한 직방보다 거대 기업이란 주장이다.
스테이션3 등기부등본에 최인녕 벼룩시장 대표가 공동대표로 등재돼 있고, 등기이사에 관계사 임원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직방의 논리도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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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3 관계자는 “직방의 다방 상표권 등록은 여러모로 공정한 경쟁으로 보기에는 힘들다"며 "막대한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야기하는 불필요한 소모전은 근절하고 스타트업답게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로 경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방 관계자는 “스테이션3는 부동산 정보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벼룩시장 지역 영업망을 활용해 직방을 견제하고 있다”며 “벼룩시장(미디어윌)이 모회사인 것을 뒤로 숨긴 채 스테이션3가 마치 부동산 스타트업인 것처럼 포장하고, 약자인 것처럼 사실과 다른 프레임으로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