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뱀을 보면 움찔하는 이유

약탈자 뱀 분간하는 시각 시스템 진화

과학입력 :2016/11/21 08:56

인간은 뱀을 발견하는 남다른 능력이 선천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뱀을 보면 움찔하고 뒷걸음질 친다. 비록 마주친 뱀이 독사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린 이사벨 씨는 단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에 관련된 특성으로 ‘뱀 탐지 이론’을 주창해온 인물이다.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뱀을 본 적이 없는 원숭이가 뱀을 빨리 찾거나 독사가 서식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영장류의 시각이 떨어지는 것에 주목했다.

이사벨 씨는 영장류가 뱀을 찾기 위해 시각 피질을 크게 하고, 그 결과로 뇌도 크게 진화해왔다고 설명해왔다.

이는 영장류의 일종인 인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나고야 대학 대학원 정보 과학 연구과의 가와이 노부유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뱀의 위장을 구별하는 인간의 시각 시스템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인류는 모습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뱀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뱀, 고양이, 새, 물고기 사진을 준비하고 평균 휘도와 콘트라스트, 공간 주파수 등은 유지하면서 5%씩 노이즈를 포함시키면서 점점 나빠지는 환경을 설정했다.

대학, 대학원생 남녀 조사 대상자가 가장 보기 힘든 95% 노이즈가 들어간 사진에서 각 동물을 보여줬더니 뱀을 구별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밝혀졌다.

반면 새와 물고기 등은 상당한 노이즈를 떨어뜨린 상황에서만 구별했다.

과거 이 연구실은 3세 어린이가 많은 사진 중에서 뱀의 사진을 빨리 찾는 것을 보고 인간은 뱀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영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밝혔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에서 나뭇잎과 돌의 색깔과 비슷한 뱀이 잘 위장해 분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은 잘 찾아내는 것이 확인됐다.

인간 조상의 주된 약탈자는 뱀이었다. 따라서 뇌에서는 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상 베개가 발달해 대뇌 피질을 통하지 않고 침착 처리를 담당하는 편도체에 직접 정보가 전해져 즉시 도망치는 반응이 취해지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 셈인데, 인간이 뱀을 즉시 알아보기 위해 시각 시스템을 진화시켜 왔다는 것이 연구팀 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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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향후 어떤 신경기구가 효율적으로 뱀 발견에 작용하는지를 포함한 상세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외신은 “인간이 뱀을 위험한 동물로 구별하고, 대응할 수 있는 특성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