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아이폰 미국 생산 공약, 힘든 이유 따져보니...

홈&모바일입력 :2016/11/20 14:34    수정: 2016/11/20 15:40

손경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언한데로 중국 대신 미국에서 아이폰을 제조하는 일이 가능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로 뻗어나가 정교하게 구축된 부품, 자재 수급망을 새로 짜야하고, 숙련된 전문 엔지니어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현실가능성을 낮추는 핵심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자는 유세 기간 중 "애플은 그들의 컴퓨터와 아이폰을 중국이 아닌 우리 땅(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IT업계에서는 당선을 위한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비판 받아 왔지만 실제로 애플은 조립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해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을 미국 공장에서 조립하게 될 경우 비용 문제에 더해 유통망을 통해 부품, 자재 수입에 차질을 빚고, 전문엔지니어 부족 문제도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을 대만 폭스콘, 중국 페가트론 두 곳에 맡기고 있다. 이들 회사는 현재 중국에 있는 조립공장 6곳, 브라질 1곳을 통해 매년 212억대에 달하는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이다.

일본 니케이 아시안 리뷰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지난 6월 폭스콘과 페가트론에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폭스콘은 어느 정도 수용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페가트론은 비용 문제로 이러한 요청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비용 때문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매체는 또 다른 소식통을 통해 "폭스콘의 경우 애플이 매출의 절반 가량을 내는 만큼 관련 요청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비용문제로 인해 테리 고 폭스콘 회장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 아이폰을 생산할 경우 생산비가 두 배가 들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이폰 생산비 중 조립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편이다. 32GB 메모리를 탑재한 아이폰7의 경우 생산비가 224.80달러지만 이중 조립과 테스트에 드는 비용은 기기 당 5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이러한 조립, 테스트를 할 경우 최소 30달러~40달러 가량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으로 각종 부품이나 원자재를 운송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판매가격이 10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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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문제는 비용뿐만이 아니다. 아이폰이 생산되기까지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애플은 조립공장을 제외하고 20개 나라에서 750개 협력사를 통해 각종 부품이나 소재 등을 조달한다. 지난 6월 기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임직원들만 160만명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전 세계가 아이폰을 만드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교하게 짜여진 유통망이 갑작스럽게 변동되면 생산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에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숙련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다. CNN머니는 이미 2012년 보도에서 현실적으로 속도 문제 때문에 폭스콘이나 다른 중국 내 조립공장을 따라 올 수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2010년 애플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현지 조립공장 근로자들을 지원할 3만여명의 산업엔지니어들이 필요하지만 미국 내 관련 교육시스템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때문에 미국인들이 많은 일자리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