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삼성 배상금 "과다 vs 적당" 공방

삼성-애플 디자인 특허소송 상고심 본격 시작

홈&모바일입력 :2016/10/12 10:22    수정: 2016/10/12 10:3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스마트폰 살 때 디자인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한 쪽은 ‘전부’라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선 ‘많은 고려 사항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11일(현지시각) 미국 대법원에서 삼성과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 소송 상고심이 시작됐다. 첫날 소송에서 양쪽은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 지 여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번 재판은 2011년 애플 제소로 시작된 뒤 이듬 해 1심 판결이 나온 두 회사간 1차 특허소송이다. 일방적 패배에서 아쉬운 패배로 물줄기를 바꾼 삼성의 상고가 받아들여지면서 성사된 재판이다.

덕분에 미국 대법원은 122년 만에 디자인 특허 문제를 다루게 됐다.

삼성과 애플의 운명을 결정할 대법관들. 앞줄 가운데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왼쪽에 있는 사람이 올초 별세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다. 이번 재판에는 스칼리아 대법관을 제외한 8명이 참여한다. (사진=미국 대법원

■ 대법원장, 삼성 옹호 발언…폭스바겐 자동차 비유도 등장

이날 공판에서 대법관들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배상 범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현장 소식을 전하는 외신들에 따르면 대법관들은 특히 애플 쪽을 강하게 압박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애플 변호인들에게 ‘제조물품성’ 문제를 꼬집었다. 애플 디자인 특허는 아이폰 외부의 일부에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는 “그럴 경우 삼성 스마트폰 이익 전체를 (배상금으로) 지급해선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반면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반대 질문을 했다. 케네디 대법관은 “디자이너들은 불과 며칠 사이에 ‘번뜩이는 재능’을 발휘해 자동차의 상징적인 디자인을 하는 반면 나머지는 부분은 수 백일이 소요되기도 한다”면서 “전체 제품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디자인이 침해됐을 때 사흘치 이익만 주는 건 불합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선 폭스바겐 비틀이 여러 차례 거론됐다. 대법관들은 비틀 자동차 문제를 놓고도 삼성과 애플을 상대로 공방을 계속했다.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상고심이 열리고 있는 미국 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은 “폭스바겐 비틀 디자인이 중요하긴 하지만 가격이 10배 더 비싸거나 휘발유 1갤런 당 2마일 정도만 주행할 경우엔 지금처럼 많이 팔리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리토 대법관은 이런 주장을 토대로 “제아무리 비틀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모양 때문에 구매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삼성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자동차는 주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일들을 수행한다”면서 “하지만 핵심 성공 요인은 디자인이다”고 말했다.

■ 법무부 쪽에서도 참여…"디자인 중요도 따져야"

삼성 변호인들은 이날 공판에서 1심 재판부의 배심원 지침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배상금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지침이 내려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특허 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전체 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산정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삼성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케네디 대법관은 “내가 배심원이라면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사진=미국 대법원)

반면 루스 긴스버그 대법관은 삼성 측에 “부품들이 별도 판매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디자인의 가치를 배심원들이 어떻게 결정해야 할 지 명확하게 말해보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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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선 법무부 쪽에서도 증인으로 참여했다. 법무부 쪽 변호사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한 채 “디자인 특허 이슈에선 좀 더 역동적이고 맥락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디자인 특허 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엔 그 디자인이 전체 제품에서 어느 정도로 중요한 지에 대해 판단해야 할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