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는 8VSB 상품을 아날로그 방송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방송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팽팽하다.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에 따라서 연간 약 153억원의 재송신료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케이블TV와 지상파 간 대립이 첨예하다. 국감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주장이 엇갈리면서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의 8VSB는 무엇?
8VSB(8레벨 잔류 측정대)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도 디지털 셋톱박스 없이 고화질(풀HD) 디지털 방송 시청이 가능한 기술방식이다.
8VSB는 지난 2012년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로 인해 등장했다.
아날로그 방식의 지상파 방송은 없어졌지만 케이블 가입자 중에선 여전히 저렴한 아날로그 방송을 계속해서 보고싶어 하는 가입자들이 남아 있다. 이들이 아날로그 방송과 동일하게 3000~4000원만 내면 고화질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상품이 8VSB다. 단 VOD 등 양방향 콘텐츠는 이용할 수 없다.
8VSB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디지털 신호를 받기 위한 컨버터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마저도 불필요하고 귀찮다고 여기는 가입자들은 여전히 아날로그 가입자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케이블TV 가입자중 ▲아날로그 가입자는 467만3982명 ▲8VSB 가입자는 153만2813명 ▲디지털 가입자는 752만5289명이다.
■8VSB는 아날로그인가 디지털인가?
8VSB는 상품 가격으로 보면 아날로그 방송과 동일하지만, 전송방식을 따지면 디지털 방송이다.
8VSB는 아날로그 방송일까 디지털방송일까?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가입자당 재송신료(CSP)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재송신료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에 콘텐츠 사용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아날로그 가입자는 이 비용을 내지 않지만, 디지털 가입자는 현재 가입자당 280원을 매달 지상파3사에 각각 지불하고 있다.
8VSB를 디지털 가입자로 보면 케이블 업계는 연간 154억5000만원을 추가로 지상파3사에 지불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기술 전송방식상 8VSB도 디지털 가입자로 봐야한다”며 재송신료 정산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케이블 업계에선 “8VSB가 지상파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로 인해 생긴 아날로그 방송 이용자를 케이블업계가 떠안으면서 생긴 것이고 아날로그 가입자와 동일한 가격에 방송을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 CPS를 부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두 국회의원이 8VSB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해 논쟁을 키우는 모양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케이블업계가 8VSB를 아날로그로 분류해 지상파 방송사에 지급하는 재송출료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케이블방송사가 8VSB에 대해 소비자들에게는 디지털 방송이라고 홍보하면서, 지상파 재송출료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공식 통계상으로는 아날로그로 분류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할 부처인 미래부는 이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케이블방송사도 콘텐츠이용료를 정당하게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미방위 소속 이은권 의원(새누리당)은 6일 방통위 국감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지상파가 8VSB 가입자에 대해 CPS를 요구하는 것이 국민 방송 복지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중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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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8VSB는 값비싼 디지털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기존의 아날로그와 같은 가격으로 모든 채널을 HD등급의 디지털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며 도입 취지를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그런데 8VSB 서비스에 CPS 부과 문제 때문에 서비스가 축소될 우려가 생긴다. 요금을 부당하게 올리기 보다는 정부가 이런 것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중재해 국민들이 (방송을) 시청하는 데 손해가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