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손실 '3조' 육박...현대차 노사, 교섭 재개

잠정안 도출 시도할듯...노조 파업 병행 여부 주목

카테크입력 :2016/10/03 16:53    수정: 2016/10/03 22:47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이번주 중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도출을 위한 교섭을 재개할 전망이다. 다만 노조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에 반발, 강경대응 방침을 정한 만큼, 교섭 재개와 함께 파업을 병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는 올해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특근 거부와 24차례에 걸친 파업으로 인해 13만1천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약 2조9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가 또 다시 연속 파업을 결정할 경우 현대차의 손실은 3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4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향후 교섭 일정과 파업 수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노사간 교섭은 이르면 5일께 재개될 전망이다. 노사는 이번주 교섭에서 잠정 합의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시사 이후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협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현대차 노조 쟁대위 출범식(사진=현대차 노조)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하는 조치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개시한다.

노사는 앞서 지난 8월 24일 ▲임금 6만8천원 인상(기본급 5만8천원 인상 및 개인연금 1만원)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임금피크제 확대 요구안 철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1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측은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 확대안도 철회했다. 하지만 같은달 27일 치러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8.05%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지난해 임금 8만5천원 인상과 성과금 400%+420만원에 합의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반대 이유다.

사측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26차 교섭에서 기존 안보다 2천원 오른 기본급 7만원 인상을 비롯해 주간 연속 2교대 관련 10만 포인트를 지급하겠다고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또 다시 부족하다고 판단, 거부했다. 기본급 7만원 인상은 상여금과 일부 수당에까지 영향을 미쳐 근로자 1인당 150만원 이상의 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다음날 열린 27차 교섭에서는 추가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실적 부진과 경영 환경 악화 등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인상안을 내놓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의 지난 2014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2%, 지난해에는 15.8%나 급감했다. 올 상반기 역시 1년 전보다 7% 감소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평균 연봉은 9천600만원에 달한다"면서 "회사의 경영실적 악화라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기적인 요구가 '귀족 노조'라는 곱지 않은 여론의 질책을 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사진=현대차)

한편 국내 완성차업체의 맏형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역성장까지 우려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고용의 12%, 생산의 13%,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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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7월 국내 누적 자동차 생산량은 255만1천937대로 중국(1천482만7천516대), 미국(708만3천611대), 일본(530만1천366대), 독일(362만8천86대), 인도(257만천311대)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이 글로벌 빅5에서 밀려난 것은 12년 만이다.

수출 역시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1~8월 우리나라의 누적 자동차 수출은 169만2천906대로 독일(294만3천200대), 일본(292만9천772대), 멕시코(181만5천566대)에 이어 세계 4위로 밀려났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이 멕시코 보다 적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