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멍드는 현대차...생산차질 2조5천억 '역대 최대'

협력사 피해 '눈덩이'...車산업 경쟁력 상실 우려도

카테크입력 :2016/09/27 09:49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생산 차질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동반 손실까지 포함하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현대차 파업의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급감했다.

자칫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제조업에서 고용의 12%, 생산의 13%,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인 점을 감안하면 파급 효과 역시 예측하기 힘들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6일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파업을 실시해 울산과 전주, 아산공장의 생산라인이 모두 멈췄다. 파업 수위를 높여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2016년 현대차 노조 쟁대위 출범식(사진=현대차 노조)

노조는 지난 7월 19일부터 부분파업을 실시한 이래 이날까지 총 20차례, 166시간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사측은 이 기간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11만4천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약 2조5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가 입은 역대 최고 파업 손실액수는 2012년 기록한 1조7천48억원이다. 이미 역대 최고 손실액을 훌쩍 넘어섰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연이은 노조 파업으로 올해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파업을 자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사측은 26일 오후 추가 협상안을 제시하겠다는 공문을 노조 지부에 접수했다. 노사는 27일 오후 2시 제26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노조는 27일부터 30일까지도 조별 6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교섭 재개에 따라 4시간 파업으로 수위를 조정키로 했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2차 잠정합의안은 (시기가 아니라) 내용의 문제"라며 "사측이 임금 인상안을 포함한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앞으로 교섭은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노사는 지난달 24일 ▲임금 5만8천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안을 도출했다. 현대차 근로자들에게 추가 지급되는 성과급과 격려금만 따져도 평균 1천만원이 넘는 데다, 올해 협상의 최대 쟁점인 임금피크제 확대안을 사측이 철회하면서 가결이 기정사실로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달 27일 치러진 찬반투표에서 78.05%에 달하는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 지난해 임금 8만5천원 인상과 성과금 400%+420만원에 합의한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낮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반대 이유다.

협력업체의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협력업체들의 경우 도산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는 400여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1차 협력업체의 납품 차질액만 이미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약 5천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2·3차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손실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A협력업체 관계자는 "파업으로 납품을 하지 못해 잔업이나 특근이 끊긴 상태"라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장 가동 중단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대차 파업은 국내 자동차 생산량 감소로도 직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한국의 누적 자동차 생산량은 255만1천937대다. 같은 기간 인도 생산량(257만5천311대)에 밀려 12년 만에 세계 5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노조 측은 명분 없는 지나친 파업을 철회해 빠른 시간내에 조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현대차의 파업은 수출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고 어려운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파업으로 인해 현대차 협력업체들, 특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정상적인 가동에 차질을 겪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노사가 27일 협상을 시작으로 이번주 집중교섭에 돌입키로 해 극적 타결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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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사측은 손실 우려로, 노조는 여론악화와 내부 갈등까지 겹쳐 각각 파업으로 인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파업을 이어가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노사 역시 접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는 올해 총 15차례의 파업을 실시해 약 1조1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잠정안도 내놓지 못한 상태다. 통상 기아차의 협상 타결은 현대차 이후에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