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재송신 협상이 결렬된 KT스카이라이프에 10월4일부터 실시간방송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의 볼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방송 중단이 임박하거나 중단된 경우 방송유지재개 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방통위 개입으로 최장 60일간 블랙아웃을 연기할 수 있게 됐지만, MBC와 KT스카이라이프 모두 시청자를 볼모로 벼랑끝 협상을 벌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MBC와 KT스카이라이프는 재송신 정산 기준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MBC는 TV 단자수를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KT스카이라이프는 기존에 양사 계약대로 가입가구수를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15일 MBC는 KT스카이라이프에 단자수 기준 재송신료 정산과 과거 재송신도 이 기준으로 소급해 정산할 것을 요구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에 대해 단자수로 재송신료를 정산할 근거가 없고 계약조건에 따라 누락된 가입자 수가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양측은 이후 몇 차례 더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MBC는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보고 지난 21일 스카이라이프에 공문을 보내 10월4일 방송공급 중단을 예고했다.
실제 10월 4일부터 MBC가 방송을 중단할 경우 KT스카이라이프 수도권 가입자 153만 명이 방송 블랙아웃의 피해를 입게될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430만 명 중 4분의 1에 해당한다.
재송신 계약은 방송사업자 간 사적 영역이지만, 이 경우 시청자의 권익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보고 방통위도 개입을 결정했다.
방통위는 29일 전체회의에서 MBC의 KT스카이라이프에 대한 방송공급 중단이 임박하거나 중단된 경우 방송유지재개명령을 발동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는 방송법(91조7)에 따라 중단 예정일 또는 중단 일로부터 30일 동안 방송을 유지하거나 재개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방송유지재개명령은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장 60일간 지속할 수 있다.
이날 방통위 회의에선 두 방송사업자가 시청자를 볼모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성준 위원장은 "단순히 두 방송사업자 간 계약의 문제라고 한다면 방통위가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겠지만, 지상파방송사로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고 있는 방송사가 시청자의 이익을 가지고 협상을 마지막까지 몰고 가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재송신협상이 사적영역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적 수단인 실시간 방송과 시청자들의 볼권리를 가지고 벼랑끝 협상을 벌이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고 위원은 또 “지상파방송이 유료방송에 네트워크를 의존하고 있는데, 아무리 협상이 어렵다고 해도 방송공급중단을 수단으로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이미 법원에서 단자기준으로 재송신 수익을 나누는 것이 맞다(씨앤앰과 지상파방송사 간 분쟁)는 판결이 나왔는데 KT스카이라이프가 가입자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하며 양측 모두의 잘못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방송유지 재개명령 의결을 시점으로 두 사업자의 분쟁조정에 방통위도 적극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법에는 단일 사건에 대해서 최장 60일간 방송유지재개명령 발동이 가능하도록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후에 MBC가 다시 KT스카이라이프에 방송 공급중단을 예고할 경우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시청자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두 사업자의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방통위도 분쟁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 방송사 '올림픽-월드컵' 방송 중단 함부로 못한다2016.09.29
- 방송 블랙아웃 막는다...방송 중단시 3개월 업무정지 처분2016.09.29
- 지상파 블랙아웃 시 '방송재개명령' 가능해졌다2016.09.29
- 모바일방송 지상파 블랙아웃..."시청자 볼모, 갑의횡포 어디까지"2016.09.29
김석진 상임위원은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사업자간 이익이 충돌할 때 이익을 조정하고 분쟁을 해소할 수 있게끔 방통위가 협상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방송이 중단됐을 때 방송유지재개명령을 기계적으로 발동하는 게 방통위가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방통위 분쟁조정위원회가 이럴 때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이 구속력은 없지만, 방통위가 적절한 안을 제시하고 권고를 한다면 나름대로 무게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