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내부 비밀문서를 폭로하면서 세계적인 특종을 했던 워싱턴포스트가 정보원을 기소해야 한다는 칼럼을 게재해 구설수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NSA 사찰 보도로 가디언과 퓰리처상을 공동 수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사설을 통해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중 하나를 제외하면 공익적이지 못하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에서 언급된 것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013년 6월 보도한 미국 NSA의 민간인 사찰 특종이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1급 기밀문서을 토대로 NSA가 프리즘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인들의 이메일 등을 무차별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앞서 영국의 가디언은 NSA가 미국인 수백만 명의 전화통화를 엿들었다고 밝혔다.
두 언론사가 받은 기밀문서들은 모두 전직 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건넨 것이다. 이 보도로 미국이 각국 정상을 도청했다는 사실까지 폭로되면서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 언론이 어디까지 폭로해야 하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으나, 퓰리처상 위원회는 진실의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에 퓰리처상을 수여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망명 중인 스노든도 두 언론에 축하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사설을 통해 스노든의 폭로 중 하나를 제외하고 공익적이지 못하다는 사설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가디언, 뉴욕타임즈, 인터셉트 등의 미디어들은 모두 스노든이 내부 고발자며, 그의 행위는 공익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워싱턴 포스트는 “NSA에 의한 휴대 전화 메타 데이터 수집에 관한 폭로만 합법적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사설은 스노든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 몇 가지 정보들도 언급했다. 그런데 이는 스노든의 폭로를 보도한 매체가 정작 자신들이었다는 비판을 야기했다.
구글, 야후, 페이스북 등 주요 웹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메일이나 사진, 통화 기록 등을 모니터링하는 프리즘 프로그램을 처음 보도한 것은 워싱턴 포스트다.
그러나 돌연 워싱턴 포스트 사설은 “문제가 되는 것은 스노든이 그 이상을 해버린 것”이라며 “그는 NSA에 의한 인터넷 모니터링 프로그램 프리즘의 정보를 훔쳐 공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분명 합법적인 것이고 사생활 침해 위험성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외신들은 “법적 정당성이 분명 있고, 사생활 침해 위험성도 없다고 분명 단언할 수 있다면 왜 그들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퓰리처상을 받을 것일까”라면서 “철저한 자기비판 능력 부족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인터셉트의 글렌 그린월드 씨는 “스노든의 제공 정보가 공개된 것이 문제라면 그 정보의 공개를 결정한 워싱턴포스트 측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스노든은 자신이 입수한 정보를 신문사에 전달했을 때 어떤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신문사에 맡겼다. 무엇이 보도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스노든의 폭로 내용이 문제가 있다면 그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이를 공개한 신문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글렌 그린월드 씨는 워싱턴 포스트 사설에 대해 “비겁한 신문사의 책임 전가”라면서 “책임을 피하고 제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미디어로서 유례없는 행위”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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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들은 문제가 있는 정보를 사용해 상을 받고 칭찬을 들었으며 수백만 클릭 수를 얻었다”며 “기본적으로 신문사는 정보원을 보호할 묵시적 의무가 있는데, 워싱턴 포스트는 어떤 의미에서 자살 행위와 동일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으로 돌아와 기밀누설에 대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스노든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스노든을 사면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스노든은 미국에서 기소될 경우 최고 30년 형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