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고객 7천만 시대다. 한 사람이 여러 계좌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최근에는 각 은행들이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서도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그만큼 은행들의 '모바일 퍼스트 전략'이 영향력을 더해 가는 중이다.
수많은 모바일뱅킹 사용자들이 앱을 실행했을 때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첫 화면은 해당 은행이 어떤 서비스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지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문제는 첫 인상은 많이 달라진 만큼 모바일 금융서비스에 대한 사용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모바일뱅킹앱은 은행별로 특별한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반면 최근 각 은행들이 비대면 계좌개설을 지원하는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운영하려는 일명 '모바일뱅크' 앱을 보면 은행마다 강조하는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모바일뱅크, 첫 얼굴 보니...
가장 최근에 서비스를 런칭한 NH농협은행 올원뱅크는 '내가 만드는 나만의 은행'을 내세운다. 첫 화면에서는 간편송금 스타트업인 토스가 눈에 띈다. 더치페이, 엠틱간편결제, CD/ATM계좌출금, 비대면 계좌개설, 여행패키지 등 아이콘을 마치 스마트폰 아이콘 위치를 바꾸듯이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우리은행 위비뱅크는 현금이나 대표 캐릭터를 강조하면서 벌집 모양으로 첫 화면을 구성했다. 위비예금, 위비대출, 위비페이, 위비보험/펀드, 위비외환, 위비FUN이 첫 메뉴로 눈에 들어온다.
IBK기업은행 i-ONE뱅크는 보다 단순한 화면 구성이 보인다. 화면 중심에 뱅킹서비스, 상품가입, 자산관리라는 큰 카테고리로 구분해 사용자들이 더 쉽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래쪽에는 계좌조회, 즉시이체 등 가장 자주 쓰는 서비스와 함께 간편송금, 인증센터 아이콘을 배치했다.
KEB하나은행 1Q뱅크도 화면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기에 편리했다. 화면을 위아래로 나눠 위쪽에는 대표상품이나 이벤트 소식을 좌우로 스크롤하면서 볼 수 있게 했다. 그 아래는 조회, 이체를 배치해 화면별 i-ONE뱅크 보다 더 단순한 구성을 보인다.
생활금융플랫폼을 내세운 KB국민은행 리브(Liiv)는 첫 화면에 시간대 별로 각종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밤 12시에는 오늘의 할일, 오전 8시에는 리브머니보내기, 오전 9시에는 커피쿠폰 구매하기 등 하루를 기준으로 각 시간대 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안한다.
보안을 이유로 화면캡처를 하지 못했던 신한은행 써니뱅크는 광고 전단지를 보는 듯한 인상이다. 화면의 3분의2를 여러가지 서비스 런칭, 이벤트 등으로 채웠으며 나머지 3분의1에는 환전, 해외송금, 대출, 마이카, ATM출금, 예금, 조회, 간편이체, 네이버페이, 신한FAN 등 메뉴로 구성했다.
어떤 모바일뱅크 앱이 가장 좋은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적어도 기존 모바일뱅킹 앱에 비해 여러가지 서비스를 넣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캐릭터 등을 넣어서 차별화를 두려고 한 점은 분명하다.
■모바일뱅크, 양보다 질 따질 때
그러나 모바일뱅크 앱이 차별화를 이유로 너무 많은 기능을 집어넣은 탓에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앱 내에서 게임을 하면 포인트나 우대금리를 준다거나 시간대 별로 혜택을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하루종일 모바일뱅크 앱만 보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캐릭터를 넣었다고 하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 외에 모바일뱅크 앱 내에서 이렇다 할 기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트너가 지난달 발표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능을 줄이는 법(How to Reduce Functionality to Improve User Experience)'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앱 개발 고수들은 여러가지 기능을 추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대한 기능을 줄여 핵심기능만 유지할수록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앱 내 기능은 양 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이런 기준에 비췄을 때 국내 모바일뱅크 앱이 양보다 질을 추구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수많은 기능과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막상 금융상품에 가입하거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기록된 약관을 읽지도 않고 동의해야하고, 본인인증이나 로그인을 위한 절차도 개선된 점이 없기 때문이다.
가트너 보고서는 기업 임직원이나 일반 사용자들이 쓰는 앱이 가진 문제를 3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핵심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는 기능들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담당 부서에서 이를 제거할만한 전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두번째는 전체 사용자 그룹 중 일부에게만 유용한 기능이라고 하더라도 감히 삭제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심하게는 한 명의 사용자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기능에 대해서도 이를 제거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이들 기능이 통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별적으로 각각 모두 유지돼야한다고 여기는 탓이다.
관련기사
- i-ONE뱅크앱서 게임만 해도 예적금 우대금리2016.09.08
- 생체인증 시대...보안카드-OTP 필요할까?2016.09.08
- 공인인증서 없이 쓰는 우리은행 간편뱅킹 써보니...2016.09.08
- 국민은행 모바일뱅크 '리브' 온다2016.09.08
가트너는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분석했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새로운 기능은 기존 기능의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기능이 본래 기능에 대한 사용자의 집중력을 흩뜨린다는 뜻이다.
모바일뱅킹 사용자수는 중복 포함 7천만을 넘었지만 여전히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유튜브와 같은 대표적인 웹서비스를 따라잡기까지는 한참 멀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