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야심차게 시작한 초고속인터넷 사업 ‘구글 파이버’가 실패 수순을 밟는 모양이다. 사업 재검토 수준의 루머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주사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CEO)가 해당 사업부 축소를 명령했다고 디인포메이션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래리 페이지는 구글 파이버 사업을 이끌고 있는 크레이그 배럿에 사업팀 규모를 절반 수준인 500명 규모로 축소할 것을 주문했다.
지주사 최고 경영진이 구글의 주력 서비스도 아닌 일부 사업에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것 자체가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설비를 갖추고 경쟁관계가 형성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뛰어들며 망 구축과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등 사업 시작부터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검색과 웹 서비스만 해왔고 인프라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더 이상 비용 낭비를 두고볼 수 없다는 지주사의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 서비스 5년차 가입자 500만명 목표 도달 실패
특히 서비스 5년차 가입자 500만명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게 결정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최신 누적 가입자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는게 관련 업계 정설이다. 2014년 기준 20만 가입자가 공식적인 집계다.
또 최근 자료 가운데 눈에 띄는 수지차 구글 파이버를 통한 TV 서비스 가입자 수치다. 미국은 거실 중심의 TV 문화가 유독 발전한 나라다. 방송이 필수 서비스로 꼽히고, 각종 OTT가 발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구글 파이버를 통한 TV 서비스 가입자가 작년말 기준 5만3천39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케이블TV 사업자를 중심으로 짜여져있다. 기본 서비스는 월 100불에 이르는 유료방송에 부가적으로 인터넷 연결까지 이뤄지는 셈이다. 국내에서 과거 유선전화 서비스가 초고속인터넷으로 발전해 통신사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 주류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구글 파이버는 미국의 기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패턴을 이용했다. 광섬유 기반의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처음부터 시작해 동축케이블 중심의 케이블TV 사업자에 속도 경쟁 우위를 점하려고 했다.
지난 2010년 구글은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 데이터 전송이 평균 30배나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2012년 본 서비스를 개시하고 일부 대도시 중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광대한 미국 영토를 고려하면 서비스 지역이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지금같은 가입자 규모로 봤을 때 구글 파이버를 전국 서비스 수준으로 키우는 것이 실효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이제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 신규망 구축도 부담스러운 상황
통신망은 한번 구축하면 끝이라는 일반적인 소비자 시각과 달리 새 가입자를 받을 때마다 각 가정에 연결하는데 비용이 든다. 이같은 어려움을 두고 ‘라스트 원마일’이란 용어를 쓴다. 또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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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망사업자가 이 정도의 부담을 가져야 하는데 구글 파이버는 신규망 구축이란 부담까지 안고 가야 한다. 즉 구글이 다른 여러 미래 사업을 두고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구글 파이버를 접는 대신 무선 인터넷 서비스로 선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씨넷은 구글이 지난 6월 인수한 웹패스를 지목했다. 이 회사는 무선 인터넷 환경의 ISP 역할을 할 수 잇는 회사로 불리고 있다. 또 3.5GHz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 이종망인 와이파이와 병합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씨넷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