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兆' 손실에도 줄파업 가는 현대차 노조

임금피크제 확대 등 쟁점 평행선...협력사 피해도 가시화

카테크입력 :2016/08/19 10:51    수정: 2016/08/19 11:11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노조의 파업으로 입은 손실이 벌써 1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 이후 5년 연속 파업이다. 노조는 기본급 15만원 인상 요구와 임금피크제 확대 수용 불가를 주장하며 줄파업을 벌이고 있다.

상반기 기대 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한 현대차는 하반기 잇따라 신형 그랜저·i30 등 다양한 신차를 내놓고 판매량 반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노조의 파업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오히려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난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판매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2012년 1조7천48억원, 2013년 1조225억원, 2014년 9천1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세 차례 부분파업과 하루 정치파업 등으로 2천687억원의 생산 차질을 입었다.

현대차 노조 2016년 단제교섭 쟁대위 출범식(사진=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캡처)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오전(1)·오후(2)조 조합원이 4시간씩 총 8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17일에도 1·2조가 각각 6시간씩 총 12시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19~22일, 27일 등 총 5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이달 여름휴가가 끝나자마자 지난 10~12일에도 조별 4시간씩 파업을 재개했다.

올해 들어 총 10번에 걸친 파업으로 총 80시간 동안 생산 라인이 멈췄다. 사측은 노조의 연이은 파업으로 차량 4만6천여대가 생산되지 못해 1조5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올해 19차례에 걸친 교섭에도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18일 열린 19차 교섭에서 임금피크제 확대와 관련, 59세와 60세의 임금을 각각 10% 삭감하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정년연장과 연계한 임금피크제 확대를 요구하며 즉각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현재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삭감의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다.

회사는 앞서 지난 16일 교섭에서 ▲별도의 1호봉 승급(1만4천400원 인상) ▲성과급 250%+250만원 지급 ▲개인연금 월 5천원 추가 지원(현행 2만원) 등이 담긴 1차 제시안을 냈으나 노조는 "납득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 ▲임금 15만2천50원(기본급 대비 7.2%, 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주식 포함) ▲해고자 2명 복직 ▲고용안전대책위원회 ▲아산공장 신규라인 증설 ▲통상임금 확대 요구 ▲일반·연구직 조합원(8천여명)의 승진거부권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동결과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불합리한 일부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TF 구성 등을 제시하며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19차 교섭 직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19일과 22일 각조 4시간씩 또 다시 추가 파업도 예고한 상태다.

■실적 부진에도 임금은 수직 상승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4년 전년 대비 9.2% 감소한 7조5천500억원,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5.8% 줄어든 6조3천579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경영 상황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도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4년 기본급은 9만8천원 올랐고 작년에도 8만5천원 인상됐다.

10년간 임금 추이를 살펴보면 현대차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은 2004년 4천900만원에서 지난해 9천6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독일 폭스바겐(7천841만원)과 일본 토요타 (7천961만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올해 상황도 여의치 않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조1천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다. 2분기 실적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아 낙관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올 들어 글로벌 경쟁 심화와 신흥국 침체는 물론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현대차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특히 어렵다"면서 "올해 9년 만에 상반기 흑자를 실현한 쌍용차 노조가 기본급 5만원 인상에 합의한 점을 감안하면 상생을 위한 노조의 발상 전환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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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지난달 26~27일 치러진 올해 임단협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61%의 찬성률로 가결되며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2016년 임단협 협상을 최종 마무리했다. 7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다.

한편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협력사들의 추가 피해도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부품업체의 납품 차질액은 2천900억원에 달한다. 원청의 파업으로 조업을 중단하거나 납품하지 못하는 데 따른 손실이다. 2, 3차 협력업체들의 손실까지 감안할 경우 피해액수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