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개별소비세 종료 등 대내외 악재로 판매량이 급감한 자동차업계가 여름휴가 종료와 함께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하투(夏鬪)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체별로 쟁점 이슈는 다르지만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량은 64만5천524대로 전년동월 대비 5.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은 12만1천144대로 10.6% 줄었다. 특히 개소세 인하 마지막 달인 전월 대비로는 24.8% 급감했다.
수출 역시 52만4천380대로 3.8% 줄었다. 수출액은 14.6% 곤두박질 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의 총 36시간에 달하는 5일간 파업으로 1억5천만달러의 수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노사는 여름 휴가를 마치고 이르면 이날이나 오는 10일 제15차 임금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14차 교섭 이후 20여일 만이다. 노사는 조속한 임협 타결을 위해 이례적으로 휴가 기간에도 노사대표가 만나 집중 실무교섭을 갖고 쟁점에 대한 의견 차를 조율했다.
최대 쟁점은 임금피크제 확대안이다. 사측은 현행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수준에서 '만 59세와 만 60세 각각 10% 임금 삭감'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조는 '수용 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노조는 ▲임금 15만2천50원(기본급 대비 7.2%)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해고자 2명 복직 ▲고용안전대책위원회 ▲아산공장 신규라인 증설 ▲통상임금 확대 요구 ▲일반·연구직 조합원(8천여명)의 승진거부권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도 임금피크제 확대와 함께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TF 구성 등을 노조에 요구한 상태다.
노사 모두 조속한 의견 접근을 통해 추석 이전인 다음달 초까지는 잠정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양측 간 의견 차가 커 쉽사리 타결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노조가 투쟁 수위를 높여 재차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달 중순 예정돼 있는 금속노조의 2차 총파업에도 동참할 확률도 높다. 노조는 9일 오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실무교섭에서 오갔던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파업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19~22, 27일 총 5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단행, 이 기간 차량 1만8천2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약 4천2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동월 대비 5.1% 감소한 총 33만9천273대를 판매했다. 특히 내수는 개소세 인하 종료에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맞물려 20.1% 급감했다.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 노조 역시 지난달 27일 사측과의 7차 임단협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9일 노동 쟁의행위 찬반투표 조합원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파업 수순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금속노조 공동요구안인 기본급 15만2천50원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2일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 6개 사업장에서 불법 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사측이 노조 집행부를 경찰에 고소하는 등 노사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사측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인해 차량 1천300여대를 만들지 못해 280여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 역시 지난달 22만9천7대를 팔아 전년동월 대비 2.3% 줄었다. 내수는 4만4천7대를 기록, 8.7% 감소했다.
한국GM 역시 무분규 타결에 이르렀던 지난 2년과 달리 올해는 노조가 지난달 22일 각조가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9일 제48차 확대 간부 합동회의를 열고 이달 중순께부터 본격적으로 파업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5만2천50원 인상과 성과급 4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오는 2018년까지 8조원 투자계획 이행 ▲부평2공장 차세대 감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차세대 아베오 생산 ▲신형 중대형차 생산 등도 제시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4월 26일 상견례 이후 22차례 교섭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합리적인 협상 타결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노사는 오는 10일 23차 교섭에 나선다.
한국GM은 지난달 22.7% 줄어든 4만5천977대를 판매했다. 내수(1만4천360대)로 15.8% 늘었지만, 수출(3만1천617대)이 32.9%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를 끝낸 노조의 파업 강도가 거세지면서 협상이 자칫 장기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나 둘씩 협상에 이르는 업체들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미타결 노조들의 경우 조합원들의 피로감과 여론 악화로 파업 동력이 꺽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여름휴가 전 가장 먼저 임단협에 타결했던 르노삼성도 올해는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달 11일 킥오프를 시작으로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올해 ▲기본급 7만5천원 인상 ▲SM6 및 QM6 신차 출시 격려금 ▲임단협 타결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7개 항목 신설과 39개 항목 개정도 주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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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타결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노조와 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한 것도 협상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총 1만8천483대를 판매해 5.5% 증가했다. 내수(7천352대)는 9.7% 늘었다.
한편 쌍용차는 여름휴가 전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7년 연속 무분규 협상 타결이다. 쌍용차 노사는 ▲기본급 5만원 인상 ▲생산 장려금 400만원 지급 ▲고용안정을 위한 미래발전 전망 협약 체결 등에 합의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총 1만2천784대를 판매해 8.2% 증가했다. 내수(7천546대)는 8.1% 감소한 반면, 수출(5천238대)은 45.3%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