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 간의 역사적인 특허소송 상고심이 10월 11일로 확정됐다. 대법원이 122년만에 디자인 특허 관련 심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상고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대법원이 지난 3월 21일 삼성의 상고를 수용한 지 7개월 만에 구두 심리가 열리게 됐다.
그렇다면 상고신청부터 구두 심리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이는 미국 대법원의 독특한 운영 방식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은 10월부터 회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회기는 해를 넘겨 이듬 해 6월 종료된다. 그런 다음 대법관들은 6월부터 9월말까지 하계 휴가를 가게 된다.
삼성과 애플 간의 상고심 첫 구두 심리 일정이 10월11일로 잡힌 덴 이런 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은 맡은 사건은 동일 회기 내에 판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3월에 상고 신청을 수용했기 때문에 회기가 마감되는 6월까지는 심리를 시작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 일부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기준 배상의 타당성 여부 공방
그렇다면 최종 판결은 언제쯤 나올까? 물론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통상적으론 2, 3개월 정도 심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내년 초쯤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늦어도 내년 6월 회기 마감 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최종 판결이 나온다는 점이다.
디자인 특허가 핵심인 이번 소송은 항소심에서 삼성에 5억4천800만 달러 배상금이 부과됐다. 삼성은 이 배상금은 지난 해 연말 일단 납부했다.
상고 신청 때 삼성은 디자인 특허에만 초점을 맞췄다. 실용 특허 부분은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디자인 특허 판결에 대해서만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첫 번째는 하급법원이 디자인 특허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두 번째 문제 제기에 대해서만 상고를 수용했다. 따라서 이번 상고심에선 삼성에 부과된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금이 적절한 지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인다.
항소심에서 부과된 5억4천800만 달러 중 디자인 특허 관련 배상금이 3억9천900만 달러에 이른다. 전체 배상금의 73% 수준이다. 3억9천900만 달러를 최대한 많이 낮추는 게 상고심에 임하는 삼성의 1차 목표인 셈이다.
이번 소송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미국 특허법 조항의 타당성 여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급법원이 삼성의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금을 지급할 때 근거 조항이 된 것은 미국 특허법 289조다.
미국 특허법 289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이 조항을 담고 있는 미국 특허법은 1887년에 제정됐다.
1심 배심원들은 ‘전체 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배상하라는 취지에 따라 평결했으며, 항소법원 판사들 역시 특허법 289조를 근거로 1심 판결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 미국 특허법 289조가 핵심 쟁점
하지만 삼성의 생각은 다르다. 삼성은 지난 6월 대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289조는 입법 취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준비 서면에서 삼성은 1887년 법은 크게 세 가지 취지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첫째. 이 법은 카펫이나 화장지, 유로(oil-cloths) 같은 장식적 물품에 적용된다.
둘째. 카펫 같은 디자인 특허 보유자들이 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침해 행위에 대한 효과적인 금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점을 우려했다.
셋째. 일반적인 인과관계나 형평성 원칙에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 주장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특허법 289조는 카펫처럼 디자인이 사실상 제품 전체나 마찬가지인 물폼에 적용되는 규정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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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부분은 그 다음 주장이다. ‘전체 이익 상당액’이란 규정은 원래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었다는 것. 다시 말해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기 힘들다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규정이란 주장이다.
스마트폰 같은 첨단 IT 제품에서 일부 디자인 특허 때 제품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한 배상을 통해 ‘폭리’를 취하도록 해주는 규정은 아니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