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마술 같은 실내 공간...엄마車로 딱 '혼다 HR-V'

잘생긴 외모에 달리기 성능도 만족...고속에서 엔진소음은 흠

카테크입력 :2016/07/21 08:30    수정: 2016/07/21 10:48

정기수 기자

혼다코리아가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HR-V'로 출사표를 던졌다. HR-V는 준중형SUV 'CR-V'의 컴팩트 버전으로 쿠페의 디자인과 레저용차량(RV)의 활용성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경쟁모델로는 푸조 2008과 닛산 쥬크, 캐시카이 등이 꼽힌다. 일본에서는 '베젤(VEZEL)'이라는 차명으로 판매되며 작년 한 해에만 7만6천여대가 팔려나갔다. 국내에 들어온 HR-V는 멕시코 공장에서 북미 모델과 함께 생산된다.

혼다코리아는 올해는 국내 시장에서 HR-V의 시장 안착을 우선 과제로 잡았다. 뛰어난 공간 활용성과 안전성을 바탕을 인지도를 확산시킨 뒤 스테디셀링 모델로 자리매김 시킨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판매 목표는 600여대로 잡았다. 최근 미세먼지와 디젤 게이트 논란으로 경유 차량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가솔린 SUV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호재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이달 현재 100여대의 계약이 이뤄졌다"며 "정확한 데이터는 추후 산출해 봐야겠지만 여성 고객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고 말했다.

혼다 HR-V 주행 모습(사진=혼다코리아)

HR-V의 시승은 서울 트윈시티 남산에서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을 왕복하는 왕복 130여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외관은 CR-V의 강렬함을 그대로 계승했다. 전면부는 혼다의 패밀리룩인 '익사이팅 H 디자인'을 바탕으로 무광블랙과 크롬이 조화를 이룬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잡았고, 측면부 쿠페형 루프 라인이 이 차 만의 개성을 부각시켰다.

히든 타입의 2열 도어핸들은 디자인 측면은 물론 편의성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일본 판매 모델과는 달리, 헤드램프가 LED가 아닌 할로겐 벌브타입이 적용된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HR-V의 2열에는 '팁-업 매직 폴딩 시트'가 적용됐다(사진=혼다코리아)

HR-V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 극대화된 실내다. 작은 체구지만 차급 이상의 공간을 갖췄다. 특히 2열에 적용된 '팁-업 매직 폴딩 시트'는 명칭 그대로 마술과 같은 공간 활용성을 제공한다. 엉덩이가 닿는 시트 착좌면을 직각으로 세우면 최대 126cm의 높이와 81cm 넓이의 공간이 새로 나타난다. 화분은 물론 캐리어, 유모차 등 똑바로 세워 실어야 하는 적재물을 손쉽게 수납할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1천665리터의 적재공간이 나온다. MTB 자전거 2대도 넉넉히 실을 수 있다. 거주공간도 여유롭다. HR-V의 휠베이스(축거)는 2천610mm로 한 체급 위인 CR-V(2천620mm)와 불과 10mm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여기에 뒷좌석 아래 위치한 연료 탱크를 앞좌석 아래로 이동시킨 혼다의 특허기술 '센터 탱크 레이아웃' 설계가 적용돼 신장 177cm의 기자가 앉아도 무릅 공간이 남는다.

'탑승자를 위한 공간은 최대로, 기계를 위한 공간은 최소로'를 지향하는 패키징 기술력이 총동원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R-V의 2열 시트를 접으면 1천665리터의 적재공간이 확보된다(사진=혼다코리아)

운전석 밑에 위치한 센터 포켓 등 추가 수납공간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USB 단자 2개와 HDMI 단자, 파워 아울렛도 구비돼 각종 전자기기 활용에 용이하다. 다만 포켓의 깊이가 너무 낮아 수납할 수 있는 물건은 한정될 듯 하다.

혼다 차량 중 최초로 적용된 터치패널 오토매틱 에어 컨디셔너도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7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 다양한 기능은 물론 아이폰의 음성지원(Siri)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차에는 멀티 앵글 후방 카메라도 장착됐는데 차량 후방을 와이드 뷰(180도)와 노멀 뷰(130도)는 물론 직각으로 보여주는 탑다운 뷰까지 지원한다.

HR-V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운전석에 앉자 세단보다 시트고가 높아 탁 트인 시야감이 만족스럽다. 도심에서의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초기 발진시 머뭇거림이 없고, 80km/h까지 잘 길들인 준마처럼 치고 나간다. HR-V에는 4기통 1.8리터 SOHC i-VTEC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토크 17.5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맞물린 CVT(무단변속기)와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부드러운 변속감은 물론, 'G 디자인 시프트 컨트롤'을 통해 가속시 CVT답지 않은 신속한 응답성을 보인다.

외부 소음은 실내로 거의 유입되지 않는다. N.V.H(진동 및 소음)를 잡기 위해 차량 곳곳에 흡차음재를 아끼지 않고 보강했다고 혼다 측은 귀띔했다. 새로 탑재된 진폭 감응형 댐퍼로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도 세단에 버금간다. 이 댐퍼는 두 개의 분리된 피스톤 밸브가 노면 상황과 진동의 크기에 맞춰 작동, 진동을 흡수한다.

다만 강변북로에 들어서 100km이상의 고속으로 주행하자, 중저속 구간과는 달리 엔진 소음이 실내로 크게 유입되기 시작한다. 세단차량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거슬릴 수도 있을 만한 수준이다. 100km/h 이상 부터의 가속 성능은 꾸준히는 올라가지만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다.

하체는 탄탄한 편이다. 와인딩 구간에서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으나 안정적인 차체가 유지됐다. 코너링에서 즉각적인 스티어링 컨트롤을 돕는 모션 어댑티브 EPS(MA-EPS)는 곡선 구간에서 민첩한 조향성능을 발휘한다.

HR-V(오른쪽)와 CR-V(사진=혼다코리아)

HR-V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13.1km다. 이날 실제 주행에서는 리터당 11.8㎞의 연비를 나타냈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며 RPM의 피로도가 높은 시승의 특성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차이다.

관련기사

HR-V의 판매 가격은 3천190만원이다. 경쟁 차종인 푸조 2008(2천880만∼3천120만원)이나 닛산 쥬크(2천670만∼2천870만원)과 비교하면 다소 구매 비용이 높은 편이다.

도심 운행이 많고 100km 이하 정속 주행에 익숙한 운전자에게 적합한 차량이다. 특히 마술처럼 공간을 접고 펼치면서 뒷좌석 한 곳에는 아이들을 태우고, 다른 한 곳은 짐을 싣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엄마들에게 안성 맞춤이다. 정평이 나 있는 혼다 차량의 내구성은 덤이다.

HR-V 1열 실내(사진=혼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