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에 대해 최종적으로 금지결정을 내리면서 CJ헬로비전의 미래가 안개속에 가려졌다. M&A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SK텔레콤보다 CJ헬로비전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가운데 CJ헬로비전이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 돌파구를 찾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공정위는 18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및 합병 건을 심사한 결과 "이번 기업결합이 방송통신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주식취득 및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간 합병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번 기업합병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결과에 상관 없이 이번 M&A는 불가능하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이 불허되면 미래부가 인가 승인을 해도 M&A는 불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부도 이번 M&A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실익 없다고 판단하고 심사를 종료할 적절한 절차를 찾고 있다.
공정위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은 기업합병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행정소송 제기하는 것 뿐이지만, 긴 행정소송을 거쳤을 때 양 사에 득보다 실이 커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이번 M&A는 사실상 무산된 셈이 됐다.
■SK텔레콤보다 더 큰 타격입은 CJ헬로비전
M&A 무산으로 SK텔레콤보다 피인수기업인 CJ헬로비전은 더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공정위의 심사가 약 7개월간 이어지면서 피인수기업인 CJ헬로비전은 손발이 묶여 있었다.
CJ헬로비전 측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심사기간 동안 ▲ 투자 정체 ▲ 영업 위축 및 실적 저하 ▲ 사업다변화 기회 상실로 인해 영업이익과 미래성장성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실제 CJ헬로비전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2786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6.6% 감소했다. 주력인 방송사업의 가입자당평균매출 (ARPU)은 8013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86원 줄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경쟁사업자들은 신규 서비스 개발과 투자를 통해 앞서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은 커녕 뒷걸음질 쳤다”며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M&A를 진행하면서 SK텔레콤에 영업전략 등을 노출했을 텐데 이제와 경쟁사로 돌아서게 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 과정에서 CJ헬로비전에 대한 SK텔레콤의 실사가 진행됐을 텐데 영업전략 등 중요 데이터가 노출됐을 수 있다”며 “이제 경쟁해야하는 적으로 돌아섰는데 불공평한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 “이제는 경영정상화가 최우선"
상황이 이렇게 된만큼 CJ헬로비전은 지나간 M&A에 매달리기보다 미뤄왔던 영업 및 투자활동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기업 구성원들의 동요를 다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회사는 이날 "현재는 CJ헬로비전의 내부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CJ헬로비전이 다시 케이블 업계로 돌아온 이상 그 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업계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간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1위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상파 재송신료 협상 등 케이블 업계 공통 현안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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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업계는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에 ▲지상파 재송신료의 과도한 인상 방지 대책▲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근거 마련 ▲동등할인 및 동등결합 제도의 실효성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최양히 미래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케이블TV와 IPTV가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며 “이만간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