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손정의 회장이 또 다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3년전 미국 통신회사 스프린트를 인수했던 소프트뱅크가 이번엔 반도체 칩 설계전문업체 ARM을 손에 넣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234억파운드(35조3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두 회사는 18일 런던 증시 개막 직전에 이번 인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이 전했다.
■ "ARM 지난 해 순익의 70배 가격 지불"
이번 인수를 위해 소프트뱅크는 ARM 한 주 당 17파운드를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격은 지난 주 금요일 종가에 43% 프리미엄을 인정해 준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한 것은 스마트폰 칩이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ARM의 모바일 혁명의 최대 승자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현재 ARM이 설계한 칩들은 삼성, 애플 등 주요 업체들의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ARM 칩을 탑재한 기기는 지난 해 150억 대에 이르렀다. 이는 5년 전인 2010년 60억 대의 2.5배 수준이다.
손정의 회장이 ARM 인수에 공을 들인 것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 달 후계자로 꼽혔던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경질하고 CEO에 복귀했다.
이런 매력 때문에 그 동안 ARM은 많은 기업들의 구애를 받아왔다. 특히 스마트폰 혁명에서 한 발 뒤쳐졌던 인텔은 ARM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ARM 주요 고객인 애플 역시 인수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가 최종 승자가 된 것은 공격적인 투자 덕분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인수 가격은 ARM의 지난 해 순익의 70배 수준이다. 또 세전 수익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50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해준 금액이다.
■ 브렉시트 여파로 파운드 화 가치 떨어진 것도 영향
ARM의 기술은 1980년대 영국 컴퓨터 회사인 에이콘(Acorn) 내에서 개발됐다. 그 뒤 ARM은 애플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에이콘에서 분사했다.
이 회사는 삼성, 애플 등 주요 하드웨어 업체들에 칩 제조기술을 라이선싱 하는 것이 주된 수익 모델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칩 부문에선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ARM은 지난 해 칩 출하량이 1천500만개에 이른다. 이 중 절반 가량이 모바일 기기에 사용됐다. 이런 상황 때문에 ARM은 IoT 시대의 핵심 강자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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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가 ARM을 전격 인수한 데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로 불리는 EU 탈퇴가 결정된 이후 영국 파운드화가 크게 폭락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국 회사들의 몸값도 같이 하락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