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가결'...5년 연속 파업 '초읽기'

조합원 86% 압도적 지지...20일 현대重 노조와 공동파업 전망

카테크입력 :2016/07/14 08:58    수정: 2016/07/14 09:12

정기수 기자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온 현대자동차의 '하투(夏鬪)'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파업 돌입을 위한 찬반투표가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가결됨에 따라 노조는 파업의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12년 이후 5년 연속 노사분규 사업장의 불명예를 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체 조합원 4만8천806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결과, 4만3천700명(투표율 89.54%)이 투표에 참여해 3만7천358명(재적 대비 76.54%, 투표자 대비 85.49%)이 찬성해 가결됐다.

지난달 16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 2016년 임투출정식(사진=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 노조의 경우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등 정치 파업의 경우 파업 결의가 무산된 적이 있지만, 임금·단체협약 협상 교섭 결렬에 따라 조합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다.

앞서 노조는 지난 5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며 본격적인 파업 수순을 밟아왔다. 노조는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찬반투표 가결에 따라 오는 15일께 예정된 중노위의 조정 결과가 '조정중지'로 내려질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단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여왔다. 파업 일수는 406일, 자동차 생산차질은 129만7천여대, 매출 차질은 15조3천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 들어 글로벌 경쟁 심화와 신흥국 침체는 물론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국내외 시장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4년 전년 대비 9.2% 감소한 7조5천500억원,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5.8% 줄어든 6조3천579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감소한 1조3천424억원으로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는 국내 35만1천124대, 해외 204만2천834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0.9% 감소한 239만3천958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볼륨 모델인 아반떼, 쏘나타 등은 물론 연말께 출시가 예정된 플래그십 세단 신형 그랜저 등 판매 확대를 위한 신차들의 생산 일정 차질도 불가피하다. 해외시장에서 출시를 앞두고 있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17일 임협 상견례 이후 총 14차례 협상을 가졌지만 이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 ▲임금 15만2천50원(기본급 대비 7.2%)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해고자 2명 복직 ▲고용안전대책위원회 ▲아산공장 신규라인 증설 ▲통상임금 확대 요구 ▲일반·연구직 조합원(8천여명)의 승진거부권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노조 제시안과 별도로 현행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수준에서 '만 59세와 만 60세 각각 10% 임금 삭감'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하는 것과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TF 구성 등을 노조에 요구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오후 울산공장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투쟁 수순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노조는 현재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공동파업에 돌입할 계획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13일부터 3일간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역시 가결이 유력히 점쳐지고 있다.

관련기사

두 회사 노조는 오는 20일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관의 태화강 둔치 집회에 참가하는 형식으로 연대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양사 노조의 공동 파업은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파업 이후 23년 만이다. 이어 22일에는 기아차 노조 등 현대.기아차그룹 사업장 노조와 함께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참여하며 파업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도 파업을 벌일 경우 5년 연속이다.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2012년 1조7천48억원, 2013년 1조225억원, 2014년 9천1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세 차례 부분파업과 하루 정치파업 등으로 2천687억원의 생산 차질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