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夏鬪까지"...현대차 파업 전운

5년 만에 영업익 최저...현대重과 공동파업 예고

카테크입력 :2016/06/21 08:56    수정: 2016/06/21 16:59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협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정치파업 이슈까지 더해지며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달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반대와 정부의 노동정책 규탄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제로는 올해 임협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신흥국 둔화와 국내외 판매부진 등 영향으로 실적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남은 기간도 경기 침체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등으로 대내외적 경영환경 개선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노조의 파업 여부에 사운(社運)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16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 2016년 임투출정식(사진=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캡처)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특히 어렵다"면서 "무조건적으로 '투쟁'만을 협상의 타개책으로 내세우는 노조의 발상은 대립적인 노사 관계로 이어져 결국 갈등의 골만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상생을 위해 서로 양보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4년 전년 대비 9.2% 감소한 7조5천500억원,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5.8% 줄어든 6조3천579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다.

올 들어서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감소한 1조3천424억원으로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 1~5월 전 세계 시장에서 194만9천334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고전과 신흥시장 침체 등 영향으로 해외판매에서의 부진이 쉽사리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해외시장 판매량은 166만8천18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줄었다.

내수시장에서는 전년동기 대비 2.9% 늘어난 28만1천154대를 판매했지만,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등 호재가 이어진 것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17일 임협 상견례 이후 이달 17일까지 총 9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노조는 올 임협에서 기본급의 7.2%인 임금 15만2천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일반·연구직 조합원(8천여명)의 승진 거부권, 해고자 2명 원직 복직, 통상임금 확대, 조합원 고용안정대책위원회 구성, 주간연속 2교대제에 따른 임금보전 등도 요구안에 담겼다.

사측은 무엇보다 노조에 임금피크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수준인 임금피크제를 '만 59세와 만 60세 각각 10% 임금 삭감'으로 확대하자는 요지다.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TF 구성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양측은 지금까지 요구안에 대해 설명했고 앞으로 안건별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등 핵심 사안을 놓고 양측 간 이견이 첨예해 올해도 쉽사리 타결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측은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임금 동결에 대한 필요성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노조는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사측의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과 단협 조항 개정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올해 협상이 임금교섭인데 단체협약 개정을 요구하며 교섭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현대차 노사는 매년 임금협상과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번갈아 진행한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했고 올해는 임금협상을 치른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올해도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2012년 이후 5년 연속 파업이다. 현대차의 경우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단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여왔다. 파업 일수는 414일, 자동차 생산차질은 127만여대, 매출 차질은 15조원에 육박한다.

연례 파업의 성과로 노조의 기본급은 매년 상승했고 각종 수당과 성과급, 복지 등도 덤으로 얹어졌다. 현대차의 1인당 평균 임금은 1억원이 넘는다. '배부른 귀족 노조'라는 여론의 지탄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파업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수만 개의 협력업체와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 심화와 판매 부진 등으로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입장에서 어려움이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생산 차질에 따른 내수·해외물량 공급난은 물론, 한 번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이 쉽지 않아 대외 신인도 하락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연례 파업으로 가중되는 고비용 구조의 부담은 현대차의 협력업체와 차량을 사는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지난해 말 출범한 강성 노조 집행부의 정치 파업 행보도 본격화 되고 있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2006년에도 노조위원장을 역임하며 당시 사측과 대립각을 세운 대표적인 강성 인사로 평가받는다. 재임 당시 현대차 노조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시켰고 비정규직법과 민주노총 총파업, 임단협 파업 등을 포함해 역대 최장 기간인 45일간 파업을 주도한 바 있다.

박유기 위원장은 지난 16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임협 승리를 위한 조합원 출정식에서 "(협상이)7월로 넘어가면 우리는 파업으로 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협상에서 파업을 병행하고 15만 금속노조 조합원과 함께 현대·기아차그룹을 상대로 투쟁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정부의 노동 탄압에 맞서는 투쟁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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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울산지역 노동자 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 두 노조가 공동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1993년 현대그룹 노동조합총연맹 공동투쟁 이후 23년만이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12월 1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 정치파업을 벌인 바 있다. 2008년 이전 노동법 개정,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이슈로 정치파업을 벌인 뒤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