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금융 서비스...은행 멤버십 포인트로 송금하고 출금까지

주요 은행들 통합 멤버십 서비스 속속 공개

인터넷입력 :2016/07/12 09:54

손경호 기자

최근 금융서비스를 둘러싼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로는 스마트폰,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저금리 등이 꼽힌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고, ICT 플랫폼으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더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내세운 핀테크앱이 기존 금융사와 협업하거나 경쟁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은행 예적금은 여전히 저금리 추세다.

기존 고객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줘야한다는 과제를 떠안은 국내 주요 금융사는 거꾸로 ICT기업들이 활용했던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금융계열사 전체로 확대한다는 묘책을 내놨다.

주요 금융그룹이 카드는 물론 은행, 보험, 증권, 캐피탈까지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멤버십을 통해 적립한 포인트는 각종 할인혜택은 기본이고, 은행 ATM에서 현금처럼 뽑아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송금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하나멤버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최근 우리은행 위비멤버스, 신한금융그룹 신한FAN클럽에 이어 오는 9월 중 KB금융그룹도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굵직한 금융사들은 왜 잇달아 통합 멤버십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왼쪽부터 하나멤버스, 위비멤버스, 신한FAN클럽.

■금융권 통합 멤버십 서비스, 고객 다잡기-새로운 은행 대응 복합 노림수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몇 가지로 이유가 요약된다.

먼저 앞으로 공개될 카카오뱅크,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르면 올해 말, 내년부터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들 은행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이미 각종 멤버십 포인트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카카오멤버십, KT 올레멤버십 등을 떠올리면 된다. 이들은 모두 자사 서비스 이용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하고,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플랫폼을 쥐고 있는 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기존에 잘 운영해왔던 멤버십 기반 서비스로 새로운 금융고객 유치에 나서는 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도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마트폰이 기존 은행들의 오프라인 영업점이자 상담창구역할을 하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고객 유치 경쟁에 대비한 서비스 중 하나가 통합 멤버십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사들이 이미 전국에 구축한 ATM을 통해 적립한 포인트를 1포인트=1원으로 정해 현금처럼 뽑아서 쓸 수 있도록 하고 송금 서비스까지 제공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기존 고객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한번 계좌를 트고,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이 다른 경쟁사로 가지 않도록 '락인(Lock-in)'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마치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금융그룹 내에 고객을 락인시켜 지속적으로 그 안에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점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보다 넓게는 금융서비스를 만나는 접점이 기존에는 은행 등이 제공하는 오프라인 영업점 창구였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등 비대면 채널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사용자들이 카카오톡, 네이버와 같은 ICT 기반 플랫폼이나 각종 핀테크 앱을 통해 이전보다 편리하면서도 유용한 금융서비스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카드사, 증권사들은 여전히 유지되겠지만 이들이 앞으로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뒷단에서 금융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에만 그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이다.

■같은 듯 다른 서비스로 고객 유혹 나서

각 사별로 세부적인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가장 먼저 등장한 금융그룹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에 대해 하나금융그룹 미래금융지원팀 김성엽 부장은 "결국에는 여러 포인트를 모아서 편리하게 다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저곳에서 나도 모르게 적립된 멤버십 포인트를 1포인트라도 남김없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멤버스의 가장 큰 혁신성은 흩어져 있는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발표했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위비멤버스는 '플랫폼이 곧 경쟁력'이라는 전략이 반영됐다. 이미 위비뱅크, 위비톡, 앞으로 출시될 위비마켓을 아우르는 금융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큰 그림에서 위비멤버스가 등장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스마트금융본부 내에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서비스를 관리하는 스마트금융부와 별도로 위비 기반 금융플랫폼 사업을 전담하는 플랫폼사업부를 신설했으며, 시너지추진부를 시너지마케팅부로 개편, 위비멤버스 전담팀을 신설해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는 제휴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이 내놓은 신한 FAN 클럽은 이전까지 신한카드가 제공했던 마이신한포인트 적립 대상을 그룹사 전체로 확대했다. 때문에 기존에 신한카드가 제공했던 신한 FAN 앱 사용자라면 별도로 앱을 다운로드할 필요없이 신한금융그룹 전체 계열사, 제휴사에서 포인트를 적립, 활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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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는 온오프라인 카드결제시 현금처럼 쓰거나 예적금/펀드/보험료 납부, 환전, 금융수수료 납부에 더해 SK텔레콤 통신데이터 이용권, 음원이용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적립 등에 쓸 수 있다.

KB금융그룹은 오는 9월 중 미래금융부 전담부서를 통해 통합 멤버십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저축은행, 캐피털까지 통합한 멤버십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서비스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