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소재 만들라"...효성의 위기 극복 DNA

'기술이 경쟁력' 조석래 회장 철학...독자기술 개발로 성장 견인차

디지털경제입력 :2016/07/06 08:22    수정: 2016/07/06 10:02

소재·부품 산업은 한국 경제의 승부처다. 제조업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요즘 더욱 그렇다.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의 추격이 쉽지 않고 고도로 특화된 정밀도, 숙련된 기술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재 산업에는 기초 기술과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 물론 구조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이 먼 미래를 보고 가야만 하는 길이다. 이런 점에서 일찌감치 섬유, 화학, 각종 산업자재, 정보통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효성의 경쟁력은 우리 한국 경제가 눈여겨 볼 만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매출 12조4천585억원, 영업이익 9천50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주목을 받았다. 올 1분기에도 2천22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경제활성화에 기여했다.

이런 성장의 저변에는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조석래 회장의 강한 집념과 의지,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에 기인한다는 평가다. 효성 조석래 회장은 재계에서도 잘 알려진 '기술 중시' 경영인이다. 화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인 조 회장은 경제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력에 있다는 생각으로 지난 1971년 국내 민간기업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산업 박람회 ‘차이나플라스(Chinaplas®) 2016’에 마련된 효성 전시부스 모습.(사진=효성)

이같은 기술 중심의 경영은 효성이 IMF 외환위기, 중국시장 성장으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글로벌 일류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효성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스판덱스는 기술에 대한 집념과 뚝심 경영의 결과물이자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의 눈에 띄는 성장을 이끈 견인차와 다름 없다.

효성은 1989년 조 회장의 지시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능성 섬유, 스판덱스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1990년대 초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스판덱스개발에 성공했고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수익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사내에서는 수익성이 낮고 사양산업으로 치닫던 스판덱스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조 회장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공급망을 확대하고 품질 개선과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고객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90년대 후반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0년 마침내 세계 1위 업체로 도약,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오고 있다.

효성의 타이어코드 역시 세계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1위 제품으로 성장했다.

국내 화섬 업계는 2005년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무너졌다. 당시 한국 공장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공장들의 범람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했고,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며 한국 섬유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었다. 그러나 스판덱스를 독자적인 기술로 생산할 수 있었던 효성만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최근 흑자로 전환한 중공업 부문 역시 중국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자체 개발한 중전기기를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한국의 중전기기 기술은 효성이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이어코드 제품(사진=효성)

효성은 1969년 국내 최초로 154kV 초고압변압기 개발을 시작으로 199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6번째로 765kV급 초고압 변압기를, 1999년에는 800kV급 가스절연 개폐장치를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2007년에는 순수 독자기술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극초고압 차단기인 1100kV GIS개발에 성공하는 등 국내 초고압 전력설비산업을 리드해 오고 있다.

15년 이상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타이어코드의 경우 단순히 품질과 기술이 뛰어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 별로 특화된 타이어 개발 지원 및 R&D 방향을 제안하는 파트너 관계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왔다.

효성의 이같은 기술 중시 경영 철학과 지속적인 투자는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떠 오르는 최첨단 신소재 탄소섬유와 폴리케톤의 개발로 이어졌다.

조 회장이 2000년대 초반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 및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2006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효성은 2011년 국내 기업 최초로 고성능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2013년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건립하고 상업화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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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세상에 없던 소재를 만들라'는 조 회장의 지시로 2004년부터 폴리케톤개발에 착수, 개발 10년만인 2013년 세계 최초로 기존 나일론 등 화학 소재 대비 내마모성 등 모든 측면의 물성이 뛰어난 폴리케톤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했다. 폴리케톤은 2010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 10대 일류소재기술 사업 국책과제로도 선정돼 연구지원을 받은 것은 물론 국가 차원의 미래 신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조현준 사장은 이런 조 회장의 철학을 이어받아 신소재 부문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폴리케톤과 탄소섬유의 성공을 위해 기술적 지원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핵심 기술 외에도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핀테크 분야 등 정보통신(IT) 부문의 신성장 산업 육성에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