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이라서 불안할 필요없어요. 시스템이 안정화 되어 있고 비밀번호만 넣으면 손쉽게 결제할 수 있거든요."
올해 카카오페이로 지방세 1천705만원을 납부한 사업가 정상운씨 얘기다.
카카오페이로 442건을 송금했던 직장인 차정민씨는 "시중에 나와있는 송금 서비스는 다 써 볼 만큼 평소에 관심이 많았어요....특히, 직장 동료들과 돈을 주고 받거나 경조사 때 계좌번호없이 카톡으로 보내면 되니까 자주쓰게 되더라구요"라고 말한다.
최고령 카카오페이 사용자로 카카오가 일명 '벤자민 할아버지'라 부르는 분의 나이는 93세다.
출시 1년9개월을 맞은 카카오페이 가입자수가 1천만명을 넘었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천1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림잡아 5명 중 1명 꼴로 이 서비스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볼 수 있다. 가입했다고 모두 사용한다는 보장은 없지만...29일 만난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만난 카카오 핀테크 총괄 류영준 부사장은 처음 카카오페이를 준비하기 시작했던 2013년부터 서비스를 내놓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카카오페이 이후 여러 '**페이'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뭔가 나름대로 바뀌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세상에 나오기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는데만 1년이 걸렸다. 이후에도 카드사, 은행, 여러 온오프라인 가맹점들을 유치하느라 보낸 시간이 또 1년이다. 그 사이 결제 뿐만 아니라 청구서, 멤버십, 송금 등 서비스가 추가됐다. 오는 하반기에는 카카오페이로 오프라인 결제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등장한다.
수많은 '**페이'가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페이가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대다수가 쓰는 플랫폼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네이버페이를 제외하면 카카오페이는 다른 '**페이'들보다 상당히 유리한 출발점에서 스타트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덕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비슷한 시기 서비스를 시작했던 '뱅크월렛 포 카카오'가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카카오페이 생존비결 "K뱅크와도 제휴할 수 있는 플랫폼"
무슨 생존노하우가 있었던 것일까? 류 부사장은 "카카오페이는 K뱅크와도 제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웃으며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카오뱅크의 킬러앱 중 하나가 카카오페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 카드사들과 경쟁관계이니 카카오페이와만 제휴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류 부사장은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와는 별개라고 선을 긋는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범용 핀테크 플랫폼으로 봐달라는 주문이다.
그의 말은 이렇다.
"카카오페이 카드간편결제의 경우 비씨카드와 먼저 시작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다른 카드사들과 제휴를 맺었는데 지금은 경쟁사라기보다는 파트너로 생각해요. 아직 일부 은행에서 그런 생각을 갖기도 하지만 제휴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만큼 해결될 문제라고 봐요."
그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카카오뱅크와 같은 하나의 사업자와만 제휴해서는 영향력이 없다"며 "카카오페이는 다양한 금융사와 제휴를 해서 서비스하는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카카오페이와 제휴한 은행은 신한은행, SC제일은행, 산업은행, 신협, 제주은행, 대구은행 등 6곳이다. 내달 초에는 KEB하나은행이 여기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신한은행이 제공하는 써니뱅크로 비대면 계좌 개설을 하면 바로 카카오페이를 연동해 쓸 수 있다.
플랫폼으로서 범용성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현재 카카오페이는 6월19일 기준 1천132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카카오톡 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들 외에 인터파크 도서/쇼핑/티켓/투어, 티켓몬스터, 주요 항공사, 영화사, 온라인 서점, 여러 앱 기반 O2O 서비스, YBM 등 교육사업자들을 가맹점으로 둔다.
흥미로운 점은 카페24, 메이크샵 등 웹호스팅 업체들도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호스팅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카카오페이를 지원한다.
주요 홈쇼핑 업체들이 가맹점이라는 점도 새롭다. 예를들어 GS홈쇼핑 방송을 시청하면서 해당 홈쇼핑과 카카오 플러스친구를 맺으면, 방송 중인 상품을 카카오페이로 결제해서 구매할 수 있다.■송금-청구서-멤버십에 자동결제-간편결제까지
카카오톡을 실행해 카카오페이를 클릭하면 송금, 청구서, 멤버십이 화면에 표시된다. 이를 위한 결제수단으로 카드 자동결제, 카드 간편결제, 휴대폰 간편결제, 카카오머니가 있다고 안내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여러가지 결제 및 관련 서비스들이 얽혀 있는 탓에 복잡해 보이는 인상이다. 처음 한번은 신용카드/체크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본인인증을 받는 과정을 각 서비스마다 반복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함으로 지적될 수 있다.
개선책이 없냐는 질문에 류 부사장은 "금융서비스 특성상 입력하는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톡 내 카카오페이 앱으로 보면 복잡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사용자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활용하는 접점은 가맹점"이라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카카오택시에서 카드 자동결제를 하기 위해 처음 한번만 정보를 입력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카카오드라이버 등 다른 서비스를 활용할 때 이러한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 부사장은 "사용자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리브랜딩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하반기 중에는 결제용 핀번호 대신 FIDO 표준에 따라 지문, 홍채 등 생체정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지원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도 지문인식 지원한다
사용자의 돈이 오가는 서비스인 만큼 보안성에 대한 우려도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2014년7월11일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안 '가군' 인증을 받았다. 카드정보와 개인정보를 사용자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에 분리 저장하며, 카드사와 협의해 실제 카드번호 대신 가상 카드번호를 발급받아 저장하는 방식을 썼다. 만약 이러한 정보가 해킹으로 인해 털린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가상 카드번호를 발급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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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도 자체 구축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모은 데이터들을 활용해 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이를 차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류 부사장은 하반기 중에 또 다른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아직은 구체적인 아이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카카오 초기 멤버로 시작해 보이스톡을 직접 기획, 개발한데 이어 카카오페이까지 이어진 '카카오맨'으로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