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임유경 기자> CJ E&M이 한국 제작사의 입지가 미미했던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에 공동제작사로 참여해 한국, 중국, 동남아 공연권을 확보하고 영미와 아시아 뮤지컬 시장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맡게 됐다. 향후 브로드웨이에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제작한 뮤지컬을 올려, 글로벌 선도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다.
킹키부츠는 경영 위기의 구두회사를 회생시켜야 하는 젊은 사장 ‘찰리’가 우연히 드랙퀸 ‘롤라’를 만나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여장 남자를 위한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뮤지컬이다.
CJ E&M은 지난 2012년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이 뮤지컬에 공동제작자로 참여키로 하고 초기 제작비 1350만 달러 (약158억 3550만원) 중 100만 달러(약 11억 7300만원)를 투자했다. CJ E&M은 7.4%의 지분을 보유해 총 20개팀의 공동 제작자 (co-producer) 중 한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시작하기 전 개발 단계에서 투자를 결정한 이례적인 행보였다.
CJ E&M 관계자는 "원작 영화가 영국 내 장기 경제 불황 속에서 일어난 성공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따뜻하고 희망적인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킹키부츠는 공연을 시작한 2013년 뮤지컬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토니상에서 그해 작품상, 음악상, 안무상 등 6관왕을 차지할 만큼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궜다. 그 결과 CJ E&M은 공연을 시작하고 단 30주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었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킹키부츠는 현재 미국 50여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며, 영국 웨스트엔드를 포함해 호주, 아시아 각지 등에서 공연을 이어가며 글로벌 흥행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CJ E&M은 이 작품으로 올해 6월 기준 약 2억 달러 (약2346억 8천만원)의 누적 매출을 올렸다.
CJ E&M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공연권을 확보했다.
우선 공연권을 확보한 결과, 브로드웨이에 이어 한국에서 전세계 두번째로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다. 과거 토니상 수상작이 10년쯤 지나야 국내 공연을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면, 브로드웨이 신작을 1년 반 만에 빠르게 국내에 선보이게 된 것은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이로써 브로드웨이와 한국 시차를 더욱 좁히고 국내 뮤지컬 시장의 위상도 높이는 계기가 됐다. CJ E&M은 2014년 한국 최초로 브로드웨이 및 전미 프로듀서 및 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의 멤버로도 승인되기도 했다.
아시아에 브로드웨이 새 작품을 선보이는 역할을 직접 맡게 된 것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한국 기업이 뮤지컬 본토인 영미권과 신흥 시장인 아시아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제작사로 참여한 굴지의 제작사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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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한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 올릴 계획이다.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던 '어거스트 러쉬'를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3년째 공을 들이고 있다.
CJ E&M 공연사업본부 박민선 본부장은 “단발성 라이선스 계약이 아닌 글로벌 제작 투자를 통한 IP확보라는 새로운 모델을 채택, 브로드웨이 뿐만 아니라 웨스트엔드, 호주, 아시아 등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며 “앞으로 CJ E&M은 공동제작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의 전 세계 공연권을 가지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자체 제작에도 나서는 등 선도적인 시도로 뮤지컬 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