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여부 촉각...국내 電·車업계 영향은?

당장 큰 파장 없지만 경기 침체 여파 주시

영국이 23일(이하 현지 시간)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결과는 24일 오전 7시께 발표될 전망이다.

'브렉시트(Brexit)'로 불리는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 되도 실물 경제 측면에서 곧바로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전체 유럽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적으로 현지 판매 추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업종의 경우 휴대폰, 전자기기 부품 등은 FTA(자유무역협정)와 관계없이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영국으로 무관세 수출되고 있어 당장 현지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사진=씨넷)

다만 냉장고, 에어컨, TV 등 생활가전 제품은 향후 유예 기간이 지난 뒤 일부 관세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폴란드에 전자기기와 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이보다 전자업계는 전체 유럽 경기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전반적으로 유럽연합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우선 유럽 시장 금융이 불안해지고 이에 따라 경기와 소비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유로존 내에 제품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 기업에게는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영국이 EU 탈퇴를 안 할 수도 있고, 만약 탈퇴하더라도 이에 따른 효과가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완성차업계도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해 영국 시장에 수출하는 물량은 적은 수준"이라며 "영국 현지판매 물량은 대부분 체코(현대차)와 슬로바키아(기아차) 공장에서 각각 생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EU와 FTA(자유무역협정)으로 영국 물량에 대한 역내 무관세 혜택이 없어지면서 향후 관세협약에 따라 부담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 현대·기아차의 영국 판매는 16만7천대다. 같은 기간 EU 판매량(84만4천대)의 19.8%를 차지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영국에서 7만8천대를 판매, 전체 EU 판매량(40만2천대)의 약 20% 수준이다.

향후 관세 부담이 부활할 경우에도 영국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와의 가격 경쟁력 역시 상황에 따라 셈법이 달라진다. 일본업체의 경우 영국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에 수출할 경우에는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영국 물량에 대해 관세가 발생하는 현대·기아차는 다른 유럽국가에서 관세를 내야 하는 일본차에 비해 가격이 낮아지면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쌍용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쌍용차는 유럽에 티볼리와 코란도 C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티볼리 에어도 판매에 돌입했다. 영국에는 이들 차종을 비롯해 렉스턴 W, 코란도 스포츠 등도 수출된다. 작년 영국 수출은 6천여대로 전체 유럽 수출물량(2만2천여대)의 약 30% 비중을 차지한다. 브렉시트 투표가 가결되면 유예기간 후에는 영국 수출물량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 되더라도 별도로 영국과의 FTA나 관세협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2년 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당장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유예 기간 동안 정부가 영국과 새로운 FTA를 체결해 관세 부활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브렉시트가 실현될 경우 전체 유럽 자동차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는 물론, 유럽 전체 자동차시장 성장률이 최소 1%P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영국 수출 물량이 없어 브렉시트 결과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산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업체들이 개별 대응전략과는 별도로 반등 기미를 보였던 유럽 경제가 브렉시트 현실화로 다시 침체 국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브렉시트 투표가 부결돼 영국의 EU 잔류에 힘이 실리면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호재가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유럽은 물론 글로벌 경제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