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텐센트가 슈퍼셀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반면 한국은 국내 시장 지키기에도 벅찬 모습이다.
텐센트는 지난 21일 슈퍼셀 지분 84.3%를 86억 달러(약 9조9천200억 원)에 인수했다. 최대 주주였던 소프트뱅크와 수퍼셀의 전-현직 임직원 지분까지 모두 확보한 것이다.
슈퍼셀은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게임을 개발한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다. 이번 인수는 중국의 주요 IT 기업의 인수합병 사례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텐센트는 지난 2011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개발한 미국의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하면서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개의 게임사를 보유하게 됐다.
이 밖에도 블리자드액티비전의 지분 일부를 확보해 콘솔 게임시장의 진출까지 노리며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도 CJ게임즈,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카본아이드 등에 투자하는 등 폭넓게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국내 게임 업계는 인수에 대한 열기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시장 상위를 해외 게임이 대부분 차지하는 등 위험을 겪고 있다.
또한 오버워치가 국내뿐만 아니라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국내 게임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도 빠르게 인기를 얻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일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대표 마이크모하임)의 오버워치와 라이엇게임즈(대표 브랜든 벡)의 리그오브레전드가 PC방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국내 PC방 점유율은 오버워치가 30.18%, 리그오브레전드가 28.59%로 약 60%에 달하는 점유율을 두 게임이 양분하고 있다. 이하 순위의 게임을 모두 더해도 두 게임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룽투코리아의 검과마법이 구글플레이 매출 3위까지 단숨에 올라가는 등 외산 게임의 성장이 급격하게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던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이렇게 시장에서 뒤쳐진 이유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새로운 재미와 콘텐츠의 부족이 큰 것으로 관련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모바일 게임의 성장에 밀려 정체에 가까운 상황으로 네오위즈게임즈의 블레스, 엑스엘게임즈의 문명온라인,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등 소수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지난해와 올해 출시 했으며 새로운 장르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넥슨에서 서든어택2와 니드포스피드 엣지 등 새로운 온라인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한 온라인 게임의 경우 부분유료화에 대한 이용자의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평가다.
현재 1위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버워치는 타이틀을 한 번만 구입하면 플레이에 제약이 없으며 게임을 구입하지 않아도 제휴 PC방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리그오브레전드도 게임플레이를 통해 얻은 게임머니 만으로 캐릭터를 구입할 수 있으며 PC방에서는 구입하지 않은 캐릭터도 이용할 수 있는 등 과금은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도 시장의 변화와 대처가 늦은 상황이다.
이미 이펀컴퍼니의 천명, 넥스트 무브의 헤븐 등이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상위에 오르는 등 오픈필드형 MMORPG가 강세가 될 것이 예고됐지만 여전히 국내게임사가 출시하는 게임은 대부분 자동사냥과 쿼터뷰 방식의 스테이지형 RPG다.
이러한 신규 장르의 빈자리는 현재 국내 이용자에 맞춰 기존 중국게임의 아쉬운 점이었던 그래픽을 가다듬은 모바일 MMORPG 검과마법이 차지하며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가 변화에 둔감해진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MMORPG외에 신작이 성공을 거둔 예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장르의 쏠림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MMORPG는 이용자의 이탈이 적고 장기간 서비스를 이어가는 만큼 수년간 매출원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면에서 게임사들의 선호도가 높은 장르다. 더불어 시장이 전체적으로 둔화되면서 새로운 장르의 도전에 대한 투자 의지가 동결되고 성공사례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한정된 이용자를 두고 같은 장르간 경쟁이 계속 발생하면서 이용자에게 결제를 강요하는 폭도 늘어나게 됐다.
가장 많은 변화의 시도가 이뤄지는 인디 게임 시장이 국내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다시피 한 것도 장르 편중의 요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만들 때에는 해당 게임을 충분히 만들어본 경험자가 필요하다. 해당 장르가 제공하고자 하는 재미가 무엇이고 이용자가 어디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예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도 오버워치를 제작하기 위해 FPS를 개발해본 경험이 있는 인재를 대거 채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내처럼 개발 인력이 한정된 지역에서는 개발 인력들이 기존 인기 장르 외에 새로운 개발에 대한 경험과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곳이 인디 게임 시장이다. 소규모로 간단하게 게임을 제작해 빠르게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디개발사가 PC 또는 웹 기반 게임을 만들더라도 국내에는 밸브의 스팀 같은 온라인 등의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무료 게임이라도 별도로 심의를 받지 않으면 출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국내에서는 새로운 장르의 게임에 대한 개발 경험이 거의 없어 새로운 게임을 만들더라도 이용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에 실패하고 새로운 장르 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반복적으로 쌓여왔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사행성과 중독성 문제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게임 제작을 희망하는 양질의 인력 유입이 줄어든 것도 게임 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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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서는 게임사가 새로운 게임을 제작하기 위한 능력을 가진 인력양성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하며 더불어 국내 게임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도 오버워치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지만 이를 진행할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여력과 능력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라며 “정부 주도의 인식 변화 및 사업 지원 비롯해 게임사들의 개발자 처우 개선을 통해 양질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