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료 폐지' 논란 재연?...답답한 이통 3사

20대 국회 법안발의 예고..."자율경쟁 맡겨야"

방송/통신입력 :2016/05/31 17:26    수정: 2016/06/01 11:28

20대 국회에서도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이동통신 3사가 '좌불안석'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과 함게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동통신 통합요금제(정액요금제)에서 표준요금제의 기본료에 해당하는 1만1천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이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필두로 일부 의원들이 20대 국회에서 기본료 폐지 법안을 발의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요금인하 이슈가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가계통신비가 생활과 밀접한 경제 이슈이다 보니 '통신비 인하' 논란은 대선은 물론, 총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로 부각되고 있다. 유권자인 표심을 잡기위한 카드로 활용되다 보니, 논리적 타당성 보다는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포퓰리즘 공약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이통3사는 규제산업의 특성상, 울며 겨자 먹기로 정치권의 이같은 주장에 호응해 왔다. 대선을 앞둔 지난 2011년에는 기본료 1천원을 인하했으며 현 정권의 대선 공약이자 총선을 앞둔 지난해에는 가입비를 단계적으로 폐지한 바 있다.

이통사들은 결국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매번 적게는 수백억원 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수익감소를 감내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기본료 1천원 인하'나 가입비 폐지를 '생색내기용' 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기본료 인하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이통사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경영상태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 3사는 기본료 폐지로, 약 7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이통사 모두 적자 상태로 전환되고, 적자 규모도 5조4천억원에 이르러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설명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2011년 4조1천억원에서 2012년 2조4천억원, 2013년 2조9천억원, 2014년 2조원 등으로 매년 감소추세에 있다”며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총 7조5천억원 감소하는데 2014년을 기준으로 하면 5조4천억원의 적자를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가계통신비

■ 통합요금제, 기본료 있다 vs 없다

음성과 데이터를 통합해 정액으로 제공하는 통합요금제에는 명목상 구분을 위해 기본료라는 항목이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기본료는 초기 설비투자비를 보전하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이미 LTE망 투자를 모두 끝낸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료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85% 이상 급증했고, 마케팅비는 오히려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며 기본료 폐지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통사들은 통신서비스 초기 단계에서는 고정비를 회수하는 ‘기본료와 사용량’을 기반으로 한 통화료가 기본 구조였지만, 통합요금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명목상 구분항목에 기본료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기본료 개념은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본료가 있는 선불요금제나 표준요금제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비 역시 LTE망은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에 맞춰 계속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가 종료됐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이통 3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5G 상용화를 위해 선행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이통 3사는 이달 초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은 2.6GHz 주파수를 1조2777억원, KT는 1.8GHz를 4513억원, LG유플러스는 2.1GHz를 3816억원에 낙찰 받았다. 폭증하는 데이터 사용량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2018년 평창올림픽에 맞춰 5G망과 기가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14년에도 SK텔레콤 2조1450억원, KT 2조5141억원, LG유플러스 2조2119억원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본료, 통화료 등의 구분은 과거 요금 체계의 잔재일 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용어”라며 “통합요금제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과거와 같은 기본료와 통화료 구조로 지불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요금제는 비용 회수와 미래투자, 수익, 이용자의 수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하는 것”이라며 “설비 구축부터 철수까지의 비용, 망 고도화에 필요한 비용을 장기간에 걸쳐 이용자가 분담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덧붙였다.

■ 기본료 없어지면 보조금 축소 불가피

특히, 이통사들은 기본료가 사라질 경우, 마케팅 비용의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단말기 지원금이나 대리점-판매점에 제공되는 장려금이 줄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어, 이용자가 결국 단말을 비싸게 주고 사야하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고 유통망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통사들이 통신망 고도화를 위해 매년 조 단위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면서 이와 함께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과 같은 기술 선도 분야에도 투자를 하게 되는데 이 같은 투자역시 위축되거나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본료 폐지로 이통사가 적자 전환될 경우, 5G 통신망 등 네트워크 고도화 지연은 물론 ICT 산업기반의 와해가 불가피하다”며 “연관 산업의 투자 축소는 결국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통신사들이 구축한 세계 최고의 ICT인프라는 네이버를 시작으로 카카오와 같은 벤처 신화를 만드는 기반이 됐다. 향후 통신사들이 구축할 5G 등의 인프라 역시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가상현실(VR), UHD 등의 분야에서 이 같은 벤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강제적 기본료 폐지보다 경쟁촉진 방안 마련해야

때문에 통신업계에서는 통신요금이 전기나 도시가스와 같은 공공요금과 성격이 다른 만큼, 강제적 인하보다는 사업자들이 경쟁을 통해 자율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민간의 통신요금을 강제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뿐더러, 시장경제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제적인 기본료 폐지는 결국 통신사들이 요금을 올리는 구실만 제공할 뿐 실질적인 요금인하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수익보전을 위해 요율을 인상하거나 제공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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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강압적인 기본료 폐지보다는 이용자의 통신이용 패턴에 따라 실질적인 요금을 절감할 수 있도록 요금제 선택의 다양성을 넓히거나 알뜰폰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 등으로 가계통신비 절감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양희 미래부장관 역시 “기본적으로 경쟁을 통해서 요금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잘 되는 사업자나 덜 되는 사업자가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일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