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결국 경제성(economics)에 대한 것입니다. 전통 금융사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만큼 더 생산성을 높이면서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영국 핀테크 전문 투자 그룹으로 독일 인터넷전문은행인 피도르 은행, 미국 자산관리회사인 베터먼트 등에 초기 투자하면서 이름을 알린 안데미스 그룹(Anthemis) 나딤 사이크 대표의 조언이다. 이 회사는 현재 1조2천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핀테크 스타트업들에게 지원하는 중이다. 그는 안데미스에 합류하기 전 퍼스트데이터 코포레이션 대표를 지냈으며, 그 이전에는 아메리칸 매니지먼트 시스템에서 전략 및 기술 책임자로 근무했다. 안데미스는 현재 런던, 뉴욕, 제네바 세 곳에 새로운 금융서비스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허브를 마련했다.
25일 서울 서소문동 농협NH핀테크지원센터에 방문한 사이크 대표는 수익을 내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갖춰야 하는 조건으로 "소셜, 테크놀로지, 데이터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소셜은 얼마나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고객들과 관계가 흥미를 끌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테크놀로지는 IBM 메인프레임이 됐든, 아마존 서버가 됐든, 금융기술이 됐건 핀테크 서비스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데이터는 빅데이터 수준의 대형 데이터가 될 수도 있고,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선택한 한정된 데이터일 수도 있다.
관건은 이들이 삼박자를 두루 갖춰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핀테크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학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드는 배포 비용, 서비스 제공 비용 등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야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삼박자를 갖춰 성공한 사례 중 하나로 그는 피도르 은행을 꼽았다.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젊은 층 고객들을 모으면서도 이들에 대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모델, API를 통해 다른 애플리케이션에 자사에서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점 때문이다.
피도르 은행의 사용자 1명 당 IT투자 비용은 기존 은행들보다는 이베이, 페이스북, 구글에 가까웠다. 주요 은행들이 200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해 피도르 은행은 15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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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안데미스 그룹은 트로브(trov)라는 핀테크 스타트업에게 2천550만달러에 달하는 시리즈C 펀딩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스타트업은 일명 '온디맨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트북이나 카메라, 자전거 등에 대해서까지 맞춤형 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용을 낮추면서도 생산성을 높인 핀테크 서비스로 주목된다.
그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제대로 하는 일은 상당히 힘든 일"이라며 "뭔가 새로운 서비스를 안착하는 것도 어렵지만 글로벌 시장 곳곳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까지는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사업분석에 있어서 결국에는 창업자의 의지와 열정이 70% 이상 투자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