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차 신규 순환출자 지연 해소에 '경고' 조치

빠른 시일 내 자진 시정 등 고려...처분 수위 완화

카테크입력 :2016/05/19 12:00

정기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강화된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기한 내 해소하지 못한 데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처분 기간이 촉박한 점을 감안, 정상참작을 감안해 처분 수위가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자진 시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 속하는 계열사 간 합병에 의한 계열출자는 규제 대상으로 삼지 않지만, 합병으로 인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될 경우 늘어난 지분을 6개월 안에 모두 처분토록 규정하고 있다. 기한 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공정위는 주식 처분 명령 등 시정조치와 함께 법 위반과 관련한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또 계열 출자회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현대차그룹 소속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환출자 금지 규정 위반행위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작년 7월 1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간 합병으로 발생한 추가적인 계열출자(순환출자 강화)를 해소 유예기간이 지난 올해 2월 해소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의 순환출자 강화 발생 과정(그림=공정위)

당초 공정위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간 합병에 따라 각 합병당사회사의 주주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새 합병법인인 현대제철의 합병신주를 취득, 순환출자 강화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제철(존속)과 현대하이스코(소멸)의 합병으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총 6개에서 4개로 2개가 줄었다. '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와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서 '현대차→합병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와 '현대차→기아차→합병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로 출자가 된 셈이다.

2개 고리의 순환출자가 강화됐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추가 취득하게 된 574만5천741주(4.31%), 306만2천533주(2.29%) 등이 추가 출자분에 해당하므로 통합현대제철 주식 880만8천294주를 해소해 순환출자 고리를 과거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현대차그룹에 지난해 12월 24일 통보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순환출자 강화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해소 유예기간인 6개월 내 처분하지 못하고 32일이 지난 올해 2월 5일 해소했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보유하고 있던 현대제철 주식 총 880만8천294주를 NH투자증권에 'TRS(총수익스와프)' 방식으로 매각했다.

공정위는 현대·기아차가 유예기간 내에 지분을 처분하지 못했으나 공정거래법 제9조의2 (순환출자의 금지)를 적용, 경고 조치키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추가적인 계열출자는 지배력 강화·유지 보다는 침체된 철강시장에서 합병을 통한 경영효율성 증대 등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순환출자 금지제도 시행 이후 첫 사례로 작년 12월 24일 공정위 유권해석이 내려지기 전까지 해소대상인지 여부가 확정되기 곤란한 측면이 있었던 점도 감안됐다.

아울러 피심인인 현대·기아차가 합병 전후로 별도 법률자문을 거치는 등 법위반 예방을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점과 추가적인 계열출자에 해당하는 현대제철 주식을 전부 처분해 사건의 심사과정에서 조속히 위반행위를 스스로 시정한 점도 처분 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고 위반행위를 스스로 시정해 시정조치의 실익이 없다는 점 등이 인정돼 공정위 회의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 제50조에 따라 경고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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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순환출자 금지 위반 첫 사례로 합병 관련 법집행 가이드라인 마련의 계기가 됐고, 이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 및 법 준수 노력이 더욱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공정위는 신규 순환출자의 형성·강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기존 순환출자의 자율적 해소 유도를 위해 순환출자 현황 공시 등도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