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미국)=박수형 기자> “자율주행 차량 한 대가 한 시간 동안 주고 받는 데이터량은 현대인들이 쓰는 스마트폰의 데이터 전송량으로 따졌을 때 26년치에 달한다”
자율주행 차량을 겨냥한 반도체 솔루션에 고삐를 쥔 NXP가 계산한 수치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오스틴에서 열리고 있는 기술 포럼 ‘NXP TFT 2016’의 자동차(오토모티브) 부문 세션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왔다.
물론 자율주행차량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계산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차량 한 대의 데이터 전송량이 26년간 스마트폰을 쓰는 것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많은 데이터는 어디서 생겨나고 어떻게 이용될까.
이에 대한 밑그림은 NXP의 포럼이 열리고 있는 오스틴 일대에서 일부나마 확인할 수 있다. 본 행사장인 JW매리어트 오스틴 호텔 앞을 지나가는 V2X 시연 차량을 통해서다.
V2X란 차량통신을 말한다. NXP는 이를 자동차와 도로 등 인프라간 통신을 뜻하는 V2I, 자동차와 자동차끼리 통신을 말하는 V2V를 합친 개념으로 이용한다.
흔히 국내에서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통신은 V2I에 집중돼 논의가 진행중이다. 이전에 차량 내에서 자체감지 정도가 먼저 거론된다. 그간 국내서 논의된 V2I는 이를테면 고속도로에 지점마다 설치된 송신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차량이 수신기로 받아 도로 상황을 확인하는 식이다.
NXP의 V2X 시연 차량도 비슷하게 기술을 이용했다. 시내 곳곳에 신호등에 데이터 송신기를 설치, 여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차량에서 받는다. 차량에서 받은 데이터는 태블릿에 표시되는데, 예컨대 지금 신호등이 몇초 후에 파란 불로 바뀐다는 정도다.
이 신호는 건물에 가려질 경우 일반적인 도시 상황에서 두 블록 정도까지 전파 커버리지에 놓이고 공간이 뚫려있을 경우 1km 이상 전파가 도달한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느냐의 문제다. 도로 인프라와 차량간 데이터 전송으로 현재의 운전 방식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상당히 진보된 부분이다.
NXP의 시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차량간 통신이란 점이다.
이 회사는 이미 유럽에서 실제 트럭 차량으로 비슷한 실험에 성공했다. 네덜란드 정부 주최로 다섯 대의 트럭이 일렬로 주행했는데, 운전수는 가장 앞차에만 탑승했다. 뒷 트럭은 앞 트럭의 주행 정보와 촬영된 동영상을 받는 방식이다.
반면 포럼 행사장 인근에서 진행된 시연에는 차량과 드론이 통신을 주고 받았다. 즉 지면에 붙어있는 차량의 시야와는 차원이 다른 영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위성이 관제하는 해상의 선박과 같이 자동차도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간단한 기술 가능성만 선보인 것이다. 실제 이같은 기술이 적용됐을 때 어떤 방식까지 활용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자율주행 차량 시대에 들어서면서 차량 한 대에 수많은 센서가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런 가운데 V2V가 활성화되면 다른 차량의 센서가 측정한 정보까지 얻게 되는 셈이다. 기술은 갖춰졌다. 앞으로는 필요에 따라 어떤 기술이 적용되고 선택받게 되는지 결정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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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을 떠올리면 V2V는 흥미롭게 쓰일 기술임이 분명하다.
2차선 굽은 길을 들어설 때 보이지 않는 곳에 교통사고가 일어났으니 속도를 줄이라며 맞은 편의 차가 크렉션을 울리거나 전조등을 깜빡여준다. 이런 경험이 탑승자도 모르게 자동차끼리 정보를 주고 받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