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IT 도시 美 오스틴의 별난 시장

스티브 애들러 시장 "IT로 삶의 질 높이겠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6/05/18 08:28    수정: 2016/05/18 10:56

<오스틴(미국)=박수형 기자> 경기 침체에도 오히려 발전 속도가 남다른 도시가 있다. 실리콘밸리를 이은 미국의 새로운 IT 성지로도 꼽힌다. 과거 IBM, 모토로라, TI부터 시작해 삼성전자까지 미국의 반도체 클러스터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오스틴 시(市)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 내에서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라고 택시 기사가 줄줄 외워 읊는다. 그에 따르면 매일 유입되는 인구가 150명 가량이라고 한다. 실제 한 블록을 건너 뛰고 신축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첨단 IT 산업이 몰려든 탓에 일자리를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곳이라고 피해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피어난다. 이런 생각은 지방의 행정을 총괄 담당하는 현직 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스티브 애들러 오스틴 시장의 철학은 단 몇분간 주어진 토론장 발언만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NXP FTF 2016’ 세부 행사로 진행된 스마트 시티 구축 관련 패널 토론에 개최 도시의 현직 시장인 스티브 애들러가 참석했다.

사실 행정가인 시장이 반도체 회사의 사업별 총괄 최고 임원 둘과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과 함께 토론을 벌이는 장면도 흥미롭다. 나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귀를 의심케 한다.

스티브 애들러 현 오스틴 시장(사진 가운데)이 NXP 행사에서 도시 정보화 사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센서에 수집된 데이터로 시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까”

스티브 애들러 시장은 오스틴시를 두고 ‘커넥티드 시티’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화두인 기본 소비자용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개념을 훌쩍 뛰어넘어서 있다.

그는 “커넥티드 서비스로 거두고 있는 현재 데이터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고민이었다”며 “현재 시 행정으로 중점을 두는 것은 캡처링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해야 도시의 자산 가치를 높이고 도시 효율성을 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도시에 설치된 여러 센서를 통해 각종 정보가 수집된다. 교통 흐름이나 온도와 같은 기본 정보라고 하더라도 누적됐을 때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도시의 효율성이고, 보다 근본적인 목적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담담히 설명한다.

그저 기상이나 교통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커넥티드 시티를 표방한 것은 아니다. 각종 쓰임새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다보니 새로운 데이터가 누적됐고, 이를 마케팅 회사가 아니라 행정기관이 나서서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쓸지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 중앙 정부, 새로운 IT 기술 테스트베드 기회 제공부터

그 다음에 내놓는 발언을 보면 IT 산업의 결과물이 삶에 미치는 점에 대한 행정적인 고민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앙 정부는 전문성을 모두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민간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 각 애플리케이션 별로 테크놀로지는 끊임없이 나온다. 나라는 이를 쫓아갈 수 없다. 대신 정부가 줄 수 있는 것은 어느 지역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나설 때 테스트베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싹을 틔우기 위해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한때 유행했던 관용어인 ‘손톱 밑 가시’와 비슷한 뜻의 “바늘을 치워라(move the needle)”와 같은 말을 쓰기도 했다.

즉, 새로운 기술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정부가 규제라며 막지 말고 실험적으로 도입해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오스틴 시에 관련된 최근 소식을 들어보면 구글의 무인 주행차량의 첫 번째 무대, 미국 교통부가 진행하는 스마트 시티 아이디어 대회에서 커넥티드카 서비스로 결선 무대 진출, 식료품점에 커넥티드 서비스 확대 적용 등 도시행정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거대한 스타트업을 보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신기술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만은 아니다. 이달 초 주민투표를 거쳐 운전자 신원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버 서비스 영업을 중단시킨 곳도 오스틴이다.

■ “이 도시는 다음 세대가 살 곳이다”

오스틴이 최근 도입하려고 준비 중인 서비스는 IT를 통한 주차공간 찾기라고 한다.

스티브 애들러 시장은 “지능형 교통 시스템으로 도시의 안전사고와 교통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복잡해지는 도시 속에서 주차공간을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활발한 새로운 서비스 도입 행보 속에서도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에 엄격하다.

그는 “개인에 관련된 정보 데이터는 조작 불가라는 원칙으로 도시의 근간을 지켜야 한다”며 “(스마트 시티 구축의 목표는) 영감이 남아있고 기회가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감, 기회 등 토론 내내 볼 수 없던 추상적인 표현에 잠시 당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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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에서 40년 이상을 살았는데, 여기는 장기적으로는 영감이 있고 그간의 정신(소울)이 남아있는 곳이어야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가 보전돼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유지하고 지켜야 한다.”

행정가 차원에서 IT 전도사처럼 굴어도 다음 세대가 살아갈 땅이라는 점은 잊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