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LG전자 조성진 사장 항소심에서도 실형 구형

6월 10일 2심 선고…조 사장 측 "손괴 행위 입증되지 않았다"

홈&모바일입력 :2016/05/13 13:21

정현정 기자

지난 2014년 독일 베를린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겸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 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구형받았다.

1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 심리로 열린 조성진 사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공정한 질서를 교란한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시장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원심과 동일한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원심의 경우 피고인들이 피해자인 삼성전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내린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든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피고인이 단순히 세탁기 몇 대를 파손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하는 해외 가전박람회에서 경쟁사 신제품을 훼손하고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조 사장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세탁기가 일부 손괴됐으니 변상해야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고의로 파손했으니 형사처벌을 받아야한다는 것"이라면서 "피고인에게 손괴 고의가 있었는가와 문제된 세탁기가 피고인 행동으로 손괴됐는지가 입증이 돼야하지만 두 가지 모두 입증이 되지 않고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벌어진 곳은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으로 CCTV도 여러대 설치돼있고 삼성 측 프로모터와 보안요원도 지켜보고 있어 의도적 손괴 행위가 벌어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LG 직원임을 알 수 있는 열쇠고리, 뱃지, 가방 등 소지품을 들고 사장이 직접 경쟁사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또 조 사장에게 적용된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서도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업무방해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볼 때 허위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당시 최초 보도 이후 신속하게 해명자료를 배포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었고 한정된 시간 내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입장 자료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지난 2014년 9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4' 개막을 앞두고 베를린 시내 매장 두 곳에 진열된 삼성 크리스탈 블루도어 세탁기를 고의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가 조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에 검찰이 불복해 항소하면서 재판이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LG는 이 사건을 포함한 양사 간 진행 중인 모든 법적 분쟁을 멈추기로 합의하면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재판부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서도 제출했지만 형사 사건은 양사 간 합의와 무관하게 계속 진행해왔다.

관련기사

이날 조 사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40년 가까이 세탁기 연구개발에 호기심 어린 행동이 여러 사람의 오해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하며 향후 행동거지를 조심하겠다"면서 "이번일을 계기로 한 회사의 대표이자 기술자의 역량을 어려운 환경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개발해서 국가경제와 기업 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재판부에 현명한 판단을 부탁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내달 10일 오전 10시에 항소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