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부당 발주취소한 KT 과징금 처분 정당

20억8천만원…재발 방지 명령도 내려

방송/통신입력 :2016/05/12 17:45    수정: 2016/05/13 09:33

법원이 지난 2014년 KT에 부과된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2일 KT가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 17만 대를 제조 위탁한 후 임의로 취소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4월14일 KT가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 17만 대(510억원)를 제조 위탁한 후 판매가 부진하자 제조 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8천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KT는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섰지만 고등법원은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KT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계획이다.

KT는 2010년 9월13일 통신기기 제조 중소기업인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상품명 K-PAD) 17만 대를 제조 위탁했다.

당시 KT는 아이패드 도입이 삼성 갤럭시 탭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 선점을 목적으로 엔스퍼트에게 사양이 낮은 태블릿 PC의 제조를 위탁해 조기에 출시하고자 했다.

KT는 K-PAD 총 20만 대 출시를 계획하고 먼저 3만 대를 제조 위탁한 후 초도 물품 수령에 맞춰 17만 대를 다시 위탁했다.

그러나 태블릿 PC 시장이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않고 시장에 출시한 3만대 판매도 저조하자 케이티는 제품 하자, 검수 미통과 등을 이유로 전산 발주를 미뤘다. 이어 2011년 3월8일 제조 위탁을 취소했다.

발주 지연과 재고 부실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엔스퍼트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KT는 다른 태블릿 PC(E301K) 등 제품 4만 대를 발주하면서 17만 대 위탁 계약을 무효화 했다. KT는 E301K 2만 대 매매 계약서에 17만 대 계약을 무효화한다는 문구를 기재했다.

KT의 이런 행위에 공정위는 수급 사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제조 위탁을 임의 취소한 것으로, 부당한 발주취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발주 취소에 이를 정도로 엔스퍼트에게 중대한 책임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제품 하자는 상당부분 안드로이드 OS 문제로, 삼성 갤럭시 탭에도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이런 하자도 납기 전에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그럼에도 KT는 검수 조건을 계속 변경하고 검수 절차 진행을 불명확하게 하는 등 검수 통과를 매우 어렵게 했다. 그럼에도 엔스퍼트는 사전 망연동 테스트, 망연동 테스트 등의 검수 절차 진행에 적극 협조했으며 결국 납기 전 사전 망연동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이에 공정위는 KT와 엔스퍼트 간 17만 대 무효화에 형식적인 계약서는 존재하지만 진정성 있는 합의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무효화 계약과 함께 17만 대 납기를 3개월간 연장하는 합의서가 동시에 작성됐고, 실제로 무효화 계약일(2011년 3월 8일) 이후에도 검수절차가 계속 진행됐다. 이에 엔스퍼트 입장에서는 17만 대 납기가 실제로 연장되고, 무효화 계약은 중요한 의미가 없다고 인식하고 합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

엔스퍼트는 당시 사업상 KT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고 모회사 인스프리트에게도 KT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었으므로 17만 대 무효화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공정위는 KT에 향후 재발 방지 명령과 함께 총 20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IT분야 하도급 거래에서 수급 사업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불공정한 관행에 경종을 울림으로써 이런 관행 근절을 통해 창조경제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IT분야 등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 기술유용 행위 등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집중 감시해 위법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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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측은 K-PAD는 고객들이 소비자분쟁조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만큼 하자가 중대했다는 입장이다. 또 양사가 협의해 변경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다.

KT 관계자는 “엔스퍼트는 생산능력 부족으로 납품기한 내 K-PAD 17만대 납품이 불가능하자 당사에 협의를 요청했고 이에 양사가 수차례 협의를 거쳐 변경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서 “변경계약의 효력을 불인정하고 당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매우 유감으로, 당사는 대법원에 상고해 올바른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