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잊힐 권리’의 6월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 사업자들이 시스템 정비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네이버는 ‘지식인’ 같은 경우 특정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접근배제 조치를 했을 때 서비스 자체가 퇴색되기 때문에 서비스 특성에 따라 예외 규정을 둘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인터넷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국판 잊힐 권리로 불리는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는 방통위의 주제 발표 후 사업자들의 질의와 발표자의 답변 순서로 진행됐다.
질의응답 시간에 네이버는 사용자의 질문과, 또 다른 사용자의 답변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지식인을 예로 들어 한국판 잊힐 권리 시행에 따른 어려움을 지적했다. 질문과 답변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만 지식인 서비스가 가능한데, 접근배제 요청을 들어줄 경우, 서비스가 퇴색된다는 것.
![](https://image.zdnet.co.kr/2016/05/10/paikshow_mW2t84EObcf.jpg)
이에 대해, 방통위 최윤정 과장은 “지식인 답변 역시 질문에서 파생된 내용이므로 작성자 의견을 존중해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지식인의 경우, 질문 작성 후 댓글이 달릴 경우에 삭제를 못한다는 불편 호소가 많았던 만큼 블라인드 처리해서 게시자 의견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또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 시 이용자로부터 받게 되는 개인정보 파기 시점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접근배제 조치를 취할 때까지 보관한 뒤 사업자가 판단하기에 이의가 없다면 적절하게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게임 게시판에 블라인드와 같은 특별한 조치를 하는 데 있어 시스템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방통위가 사업자에게 더 많은 유예 기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카페, 카카오스토리, 티스토리 등 수십 개 서비스와 연동해 접근배제요청 시스템을 갖추려면 실질적으로 6월 시행은 불가능 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최윤정 과장은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블라인드 처리함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내부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테니 서둘러 기본적으로 6월에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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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측은 상품평도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상품평의 경우, 사업자가 약관에 소유권을 사업자로 표기했고, 게시자에게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사실상 대가를 지급하고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접근배제를 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뜻이었다.
이에 최 과장은 “상품평 소유권이 약관상 회사에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블라인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면서도 “단 포인트가 지급된 경우 등 대가가 주어졌다면 내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고 접근배제를 허용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답변에 대해, 네이버측은 지식인도 레벨업 등 사용자에게 일종의 대가가 지급된 것이라면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최윤정 과장은 “어려운 질문이고 포인트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적정한 대가가 지급됐다면 게시자가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하기 힘들다고 보지만, 지식인과 쇼핑몰 상품평이 동일한 문제인지 추가 검토를 해보겠다”고 해명했다.
![](https://image.zdnet.co.kr/2014/07/26/12LFTogn1XguWKXOd1Gy.jpg)
방통위가 만든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은 회원탈퇴 등으로 통제권이 상실된 본인 게시물에 한정해서만 검색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 사망자 역시 게시물일 경우 미리 권한을 위임 받은 자가 검색 차단을 요구할 수 있다.
유럽에서 촉발된 잊힐 권리는 제3자의 게시물을 검색 차단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정보통신망법이나 저작권법, 언론중재법 등으로 해결이 가능해 그 범위가 ‘본인이 올린 글’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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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인으로부터 생전에 권한을 위임 받은 지정인도 검색 사업자에 접근배제 요청을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세계 최초 사례다.
시행은 6월로 예정돼 있으며,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상황에 따라 법제화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