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잊힐 권리’의 6월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 사업자들이 시스템 정비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네이버는 ‘지식인’ 같은 경우 특정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접근배제 조치를 했을 때 서비스 자체가 퇴색되기 때문에 서비스 특성에 따라 예외 규정을 둘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인터넷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국판 잊힐 권리로 불리는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는 방통위의 주제 발표 후 사업자들의 질의와 발표자의 답변 순서로 진행됐다.
질의응답 시간에 네이버는 사용자의 질문과, 또 다른 사용자의 답변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지식인을 예로 들어 한국판 잊힐 권리 시행에 따른 어려움을 지적했다. 질문과 답변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만 지식인 서비스가 가능한데, 접근배제 요청을 들어줄 경우, 서비스가 퇴색된다는 것.
이에 대해, 방통위 최윤정 과장은 “지식인 답변 역시 질문에서 파생된 내용이므로 작성자 의견을 존중해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지식인의 경우, 질문 작성 후 댓글이 달릴 경우에 삭제를 못한다는 불편 호소가 많았던 만큼 블라인드 처리해서 게시자 의견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또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 시 이용자로부터 받게 되는 개인정보 파기 시점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접근배제 조치를 취할 때까지 보관한 뒤 사업자가 판단하기에 이의가 없다면 적절하게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게임 게시판에 블라인드와 같은 특별한 조치를 하는 데 있어 시스템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방통위가 사업자에게 더 많은 유예 기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카페, 카카오스토리, 티스토리 등 수십 개 서비스와 연동해 접근배제요청 시스템을 갖추려면 실질적으로 6월 시행은 불가능 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최윤정 과장은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블라인드 처리함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내부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테니 서둘러 기본적으로 6월에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인터파크 측은 상품평도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상품평의 경우, 사업자가 약관에 소유권을 사업자로 표기했고, 게시자에게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사실상 대가를 지급하고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접근배제를 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뜻이었다.
이에 최 과장은 “상품평 소유권이 약관상 회사에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블라인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면서도 “단 포인트가 지급된 경우 등 대가가 주어졌다면 내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고 접근배제를 허용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답변에 대해, 네이버측은 지식인도 레벨업 등 사용자에게 일종의 대가가 지급된 것이라면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최윤정 과장은 “어려운 질문이고 포인트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적정한 대가가 지급됐다면 게시자가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하기 힘들다고 보지만, 지식인과 쇼핑몰 상품평이 동일한 문제인지 추가 검토를 해보겠다”고 해명했다.
방통위가 만든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은 회원탈퇴 등으로 통제권이 상실된 본인 게시물에 한정해서만 검색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 사망자 역시 게시물일 경우 미리 권한을 위임 받은 자가 검색 차단을 요구할 수 있다.
유럽에서 촉발된 잊힐 권리는 제3자의 게시물을 검색 차단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정보통신망법이나 저작권법, 언론중재법 등으로 해결이 가능해 그 범위가 ‘본인이 올린 글’로 축소됐다.
관련기사
- 방통위, 한국판 ‘잊힐 권리’ 설명회 개최2016.05.10
- 한국판 ‘잊힐 권리’, 논란 속 강행2016.05.10
- 방통위, 한국판 '잊혀질 권리' 급제동…왜?2016.05.10
- '잊혀질 권리' 아직 이견 '팽팽'...방통위, 가이드라인 수정키로2016.05.10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인으로부터 생전에 권한을 위임 받은 지정인도 검색 사업자에 접근배제 요청을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세계 최초 사례다.
시행은 6월로 예정돼 있으며,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상황에 따라 법제화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