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 "콴타 대신 델 서버? 가격 맞아야 쓰지"

VCE 컨버지드인프라 부문 아태일본지역 CTO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6/05/04 07:34

[라스베이거스(미국)=임민철 기자]기업용 스토리지 제조사 EMC가 세계 서버 시장 서열로 상위권에 속하는 델과 합병을 앞두면서, 양사 스토리지와 서버가 통합된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의 등장이 점쳐진다. 델이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을 담당하는 EMC 산하 조직 'VCE'의 제품 일부를 팔기도 하는 협력이 시작됐지만, 정작 VCE가 시판 중인 제품군에는 델이 아니라 다른 제조사의 서버가 채택된 경우가 적지 않다.

과도기적 상황이라고만 치부하긴 어렵다. 향후 델과 EMC가 합병하더라도 곧장 모든 VCE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에 델 서버가 쓰일 것이란 보장이 없다.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채산성이나 파트너십에 얽힌 문제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지난 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EMC월드2016 컨퍼런스 1일차 현장에서 만난 EMC 컨버지드인프라 기술 전문가인 맷 우스트빈 VCE 아태일본지역 담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VCE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 가운데 V엑스랙(VxRack)에는 콴타의 서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델 서버를 쓸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은 채택하지 않은 상태지요. 언제든 델의 제품군으로 VCE 솔루션의 채산성을 실현할 수 있다면, 당연히 델 서버를 쓰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맷 우스트빈 EMC VCE APJ CTO

간단히 말해 지금은 V엑스랙에 델 서버를 쓰면 채산을 맞출 수 없다는 얘기다. 채산을 맞추려면 VCE에서 델 서버를 콴타만큼 저렴한 가격에 사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얘긴 아니다. 콴타는 중국에서 대표적인 화이트박스 서버 제조사로 알려져 있다. 달리 말해 델과 같은 기존 미국 브랜드 서버 업체들이 가격 경쟁 우위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대다.

사실 V엑스랙은 저가 서버 장비를 써서 저렴하면서 간편하고 빠른 확장을 실현하는 하이퍼컨버지드 어플라이언스로 분류된다. VCE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 가운데 V엑스랙이 아닌 다른 제품군이라면 어떨까. EMC가 시스코와 합작투자로 VCE를 설립 직후 내놓은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 'V블록(VBlock)'엔 델 서버가 쓰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우스트빈 CTO는 그럴 가능성을 일축했다.

"V블록은 시스코 UCS서버를 사용하고 있어요. VCE는 시스코의 UCS서버 사업을 성공적으로 지원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죠. 이는 앞으로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다만 구성요소를 변경할 수 있는 컨버지드인프라 'V엑스블록(VxBlock)'은 다른 제조사의 서버나 하이퍼바이저를 수용할 수 있는데, 이는 V블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아요."

V블록은 EMC와 시스코가 VM웨어와 함께 3자협력 구도를 가져갈 때 간편한 클라우드 구축 솔루션으로 야심차게 내놨던 제품 브랜드다. 이 사업과 제품 출시는 지속되고 있지만, 지금 시스코는 VCE 설립 이후 지분을 10%만 남겨둔 상태다. 컨버지드인프라 시장에서 EMC 및 VM웨어와의 협력에 다소 보수적인 태도로 돌아선 셈이다.

"V엑스랙과 소규모 장비로 시작해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V엑스레일(VxRail) 사례처럼 (UCS서버를 쓰지 않는) 타사 인프라를 사용한 신제품이 VCE에서 출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델의 서버와 서비스 제품 구성을 볼 때 VCE의 컨버지드인프라 솔루션에 해당하는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죠."

사실 시스코와 EMC 산하 VCE의 협력 관계는 델이 EMC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층 거리를 두게 됐다. 델은 앞서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솔루션 업체 뉴타닉스의 소프트웨어를 채택해 자사 서버 기반의 어플라이언스를 공급해 왔다.

최근 시스코는 뉴타닉스 어플라이언스에 맞서 '하이퍼플렉스시스템(HyperFlex system)이라는 자체 하이퍼컨버지드 제품을 내놨다. 이는 VCE의 협력과 무관하다. 오히려 VCE의 V엑스랙과 V엑스레일 역시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솔루션으로 분류돼, 시장에서 시스코 하이퍼플렉스시스템과 경쟁 관계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코 하이퍼플렉스시스템이 VCE의 V엑스랙, V엑스레일과 경쟁 관계인지를 묻자, 우스트빈 CTO는 다음처럼 VCE의 VM웨어 소프트웨어 기반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솔루션이 갖는 경쟁 우위를 설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한국에선 저희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제품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태일본지역 가운데 이 기술에 가장 관심이 높다고 할 수 있죠. 간편하고 편의성을 중시하는 시장 특성 때문일 겁니다. VCE와 EMC는 그런 제품을 준비하고 출시하기 위해 V엑스레일이라는 제품을 시범 공급하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테스트를 수행했어요. 고객사에서 이미 VM웨어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집행했고, 라이선스가 있으며, 그 관리를 위해 훈련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V엑스레일 같은 하이퍼컨버지드 기술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추가 투자가 필요치 않아요."

VCE는 V블록, V엑스블록, V엑스레일, V엑스랙 외에도 앞서 레노버 서버 기반의 'V스펙스(VSPEX)'와 폭스콘 서버 기반의 'V스펙스블루(VSPEX Blue)' 등 제품 라인을 선보인 상태였다. 이 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델이 EMC와 완전 통합이 이뤄진다면 향후 여러 서버에 문어발처럼 걸쳐 있는 VCE산하 협력 관계도 확 정리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우스트빈 CTO의 관련 언급이 이를 짐작케 했다.

"V스펙스블루는 EMC와 VM웨어가 (시스코와의 협력이 느슨해진 뒤, 다른 서버 업체를 끌어들여) 만든 첫번째 하이퍼컨버지드 플랫폼이지만 더 이상 출시되지 않아요. VCE 조직 안에서 관리하지도 않고요. 그 후속 플랫폼이 현존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솔루션 'V엑스레일'입니다. 다만 V스택스는 (특정 벤더의 솔루션 구성이 고정되지 않는) 레퍼런스 플랫폼 라인으로 유지되고 있고요."

그는 델이 OEM 방식으로 공급하는 뉴타닉스의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솔루션을 VCE에서도 취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럽게 답했다.

"뉴타닉스는 필요한 영역에만 대응하는 포인트솔루션으로 제공됩니다. (VCE에서 공급할 솔루션이 되려면) 더 광범위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겠지요. 우리는 데이터센터에서 사물인터넷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으니까요. 코어 데이터센터에서, 주변부에 처리되지 않은 채 축적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숙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런 (하이퍼컨버지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겁니다. 이런 플랫폼이 도입되면, 지금의 VM웨어와 통합된 (VCE의) 통합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복잡성이 발생하죠. 기존 투자 기술과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을지가 고민거리로 작용할 겁니다."

사실 VCE는 이런 인프라의 복잡성 문제에 대응하는 제품 전략을 추구한다. 3일(현지시각) EMC월드2016 컨퍼런스 2일차 현장에서 공식 소개된 신제품 '뉴트리노(Neutrino)'가 이를 암시한다. 그 정식 명칭은 'V엑스랙 뉴트리노'로, VM웨어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오픈소스 클라우드 운영체제 '오픈스택'과 리눅스 기반 하이퍼바이저 KVM을 채택한 시스템이다. VM웨어가 아닌 오픈소스 기반의 클라우드를 구축한 고객 환경에도 대응할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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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트빈 CTO는 향후 VCE의 컨버지드인프라 및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 사업 자체를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며, 그간 지역별 비교시 다소 미진했다고 평가되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VCE는 EMC 산하 조직이지만 (시스코와 협력할 당시 출범한)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죠. 300명 가량의 영업 인력과 300명 가량의 기술영업 인력이라는 소규모로, 매우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는 사례라 봅니다. 아직까지 한국과 중국에서는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요. 일본에는 비교적 많이, 호주에서는 좀 더 많이 영향력을 얻었죠. 그러나 EMC가 많이 투자한 한국 시장은 우리 기술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발전된 여건을 갖고 있어요. EMC가 없었다면 한국에 진입하기조차 불가능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