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숙박업소 윈윈시키는 O2O 사업

[이균성 칼럼]타임커머스를 아시나요?

인터넷입력 :2016/05/03 13:50    수정: 2016/05/03 16:16

6년 전 이맘때 미국 서부와 중부를 보름간 자동차로 여행한 적이 있다. 대충 코스만 정한 뒤 지도 한 장 들고 무작정 나선 길이었다. 고물 차에는 내비조차 없었다. 가장 큰 애로는 숙소를 정하는 일이었다. 길도 낯도 먹을거리도 다 설었지만 잠자리를 정하는 건 특히 만만치 않았다. 혼자였다면 아무 데나 쑥 들어가도 괜찮겠지만 토끼 같은 딸이 있으니 이것저것 따질 게 많았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가벼워 호텔보다 주로 인(Inn)을 이용했는데 가격과 상태가 천차만별이었다. 가족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숙소를 정하기로 해 오후 다섯 시만 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잠자리부터 알아봤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위해 보통 네댓 군데는 들렀던 것 같다. 뒤로 갈수록 노하우가 늘기는 했지만 숙소를 정하는 데만 꽤 시간을 썼다. 그러고서도 가족들의 만족도는 낮았다.

제3회 LG 모바일 사진대상 2등 수상작 '일상 속 여행_한국인천송도'[사진제공 LG전자]

불편함이 있을 것임을 알고서도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았던 건 게을러서이기도 하지만 발길 따라 가는 게 여행이라는 고집 때문이었다. 여행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과정인 것이지 목적은 아니라는 생각. 숙소(목적지)를 미리 정해두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곳에 가야한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좋은 과정(사람·풍경·문화)은 생략된다. ‘상품화’된 여행은 그래서 늘 허겁지겁 쫓긴다.

가족여행이라면, 그래도, 대개는 일정에 맞춰 숙소를 예약한다. 예약 문화가 정착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안전과 비용. 미리 숙소를 정해두면 더 안전하다고 믿는다. 현장 지불보다 예약 가격이 더 싼 것도 사실이다. 바가지를 덜 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발길 닿는 데로 가다가 멈춰선 곳 주변의 숙박업소 빈 방 정보를 낱낱이 알 수 있다고. 그것도 예약가보다 싸게.

여행 재미가 더 쏠쏠해지지 않겠는가. 요새 그런 비즈니스가 뜬다고 한다. 이름 하여 타임커머스(Time+Commerce)다. 온라인-오프라인 연계사업(O2O) 일종인데 모바일 기술 덕에 가능해졌다. 빈 방 정보를 여행자에게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무엇보다 방 값이 사전 예약가보다 더 싸다는 게 매력이다. 숙박업의 특성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 판매 종료시간이 임박할수록 가격은 내린다.

숙박업소 입장에서는 어차피 빈 방으로 하룻밤 보낼 바에는 싸게라도 내놓는 게 더 낫다. 업소의 이런 속사정을 꿰뚫고 IT 기술을 이용해 빈 방에 손님을 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사업이 타임커머스다. 당연히 여행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고민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 쉬고 싶으면 스마트폰에 들어가 방 구경하고 가까운 곳의 싸고 좋은 방 잡아 결제한 뒤에 객실 키 받아 쉬면 그만이니까.

의문점은 하나 남는다. 언제 어디서든 이렇게 숙박하는 게 가능한 지 여부다. ‘호텔타임’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선 그렇다는 대답이 가능할 것 같다. 작년 12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숙박업소가 큰 폭으로 늘었고 빈 방도 많다는 것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국 호텔 수는 1100여 개고 객실 수는 13만여 개다. 이중 일평균 공실율은 20~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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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객실단가는 30%정도 할인된다. 7만 원 정도인 방도 많다고 한다. 이 가격이 비싸면 모텔을 이용해도 좋다고 한다. 전국 모텔은 약 3만개고 객실은 90만여 개로 추산된다. 또 요즘에는 유흥지나 역 주변 또는 번화가의 일명 ‘러브호텔’ 말고 여행지를 타깃으로 한 가족형 모텔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런 모텔의 경우 가족이 쉬기에 호텔보다 더 나은 곳도 꽤 된다는 게 업계 귀띔이다.

느닷없게도 6일은 임시공휴일이다. 나흘 연휴다. 오랜만에 아무데로나 문득 떠나 쉬엄쉬엄 구경하다 편히 쉬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