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으로 생활의 편리성이 높아진 반면, 필요 이상으로 넘치는 정보와 날로 치열해진 경쟁으로 사람들의 일상은 더욱 각박해지는 모습이다.
이 때문인지 대중들은 어느 순간부터 옛 사랑, 옛 추억에 잠기게 되는 정지된 그 시간을 순간순간 향유하길 원한다. 문화 콘텐츠 역시 이런 대중들의 심리를 꿰뚫어 소소했던 소품과 일상을 조명하고,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인기를 끈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노래 ‘벚꽃엔딩’과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아날로그 문화 콘텐츠가 사랑 받는 이유는 빨라진 삶의 속도를 잠시나마 늦추고, 내일에 대한 걱정보다 과거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려 현재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서일지 모른다.
백상진 화가의 미술 작품 역시 ‘현재’와 ‘미래’보다 ‘과거’에 가깝다. 눈부시게 환한 대낮보다는 캄캄하지만 은은한 달빛과 총총한 별빛이 비추는 시골길을 연상시킨다. 열정적인 여름보다는 이제 막 겨울을 뚫고 피어난 봄꽃이나, 가슴 한편을 아련하게 만드는 가을바람과 닮아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감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무언가를 꿈꾸게 한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젊은 부부, 강아지 등 사물은 전혀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니다. 바로 작가 자신이기도 하며 그의 가족 또는 이웃, 혹은 꾸밈없는 내 자신이다. 그 속의 배경과 풍경 역시 우리들이 지내온 평범한 시간들이다.
화가가 봄 날 마련한 세 번째 개인전시회를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꿈’이다. 하루 온종일 PC와 스마트폰에 시선이 고정된 바쁜 샐러리맨, 치솟은 물가 탓에 얇아진 지갑 사정을 걱정해야 하는 오늘 날의 부모들에게 잊고 있던 꿈을, 또 행복했던 과거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픈 생각과 바람을 작품 곳곳에 담았다.
그는 화려함 대신 소박한 소재로, 웅장함보다는 세심한 터치로 “밤이 새도록 그대 안에 꿈을 심으리라”라는 바람을 작품에 담아 담담히 전달한다.
잊었던 꿈과 추억 앞에 마주서게 되는 백상진 화가의 개인전은 27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인미술관(아틀리에)에서 진행된다. 무료 전시며, 붓 터치 질감을 살린 유화 작품이 주를 이룬다.
■백상진
-2016 경인미술관 아틀리에 3회 개인전
-2015 에이원갤러리 2회 개인전
-2014 송파구청갤러리 1회 개인전
-2013 인사동 사람들전 올해의 우수작가상
-2013 현대조형미술전 특별상
-2013 도쿄 국제공모전 특선
-2012 인사동 그림사랑회전
-2010 인사동 사람들전
-2010 중원미술가협회전
-2010 제6회 경향미술대전 입선
-2010 그림사랑회전
-2009 그림사랑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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