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법률서비스도 우버式 격변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이후 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향후 몇 년 내 가장 빠르게 AI가 도입될 분야로 손꼽히는 분야 중 하나가 법률자문서비스다.

여러 공공정책이나 관련 법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전까지는 법률자문가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 가공해 이를 바탕으로 자문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면, 앞으로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혹은 머신러닝) 기술이 더해져 컴퓨터가 법률자문서비스를 보완하거나 궁극적으로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을 플랫폼을 통해 연결시켜주는 '우버화(Uberization)'가 법률자문서비스에도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버화'란 '우버택시'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고받는 행태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5일 서울 삼성동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피스컬노트 CEO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행사를 개최, 한국형 법률 스타트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주관으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피스컬노트 코리아, 사단법인 정보통신법포럼이 후원했다.

왼쪽부터 강윤모 지사장(피스컬노트 코리아), 최경진 교수(가천대, 정보통신법포럼 회장), 팀황 CEO(피스컬노트), 안기순 대표(텍스트팩토리), 구태언 대표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최근 국내 진출을 선언한 미국 스타트업인 피스컬노트(FiscalNote) 팀황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 재분류 작업을 거쳐 이것을 비즈니스와 연결하려는 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2013년 미국 워싱턴에 자리를 잡은 피스컬노트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각종 공공데이터, 법률, 규제 관련 데이터를 검색, 추적,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연방정부가 내놓는 데이터중에 고객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률과 규제를 찾아내 모니터링하고, 심지어는 이후 정부가 취할 또다른 조치와 함께 이러한 조치가 고객사에 미칠 수 있는 영향까지 예측해 낸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술 등을 법률자문서비스에 조합한 것이다.

이 회사는 서비스의 잠재력을 인정 받아 19개 투자사로 부터 6차례 펀딩을 통해 2823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국내 법률 서비스 상황이 다른 만큼, 피스컬노트와 같은 서비스가 국내에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보통신법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의 질이 높고, 미국과 정치환경도 많이 달라 현재 피스컬노트와 같은 서비스가 한국에 적합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팀황 CEO는 이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과거에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했지만, 이제는 데이터 간 상호작용에 집중해야한다"면서 "10년 후에는 (법률자문도) 협업과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